우리네 속담에 ‘염불보다 잿밥’이란 말이 있다. 여름방학이란 대목을 맞아 학생 모집에 혈안이 된 일부 학원들의 행태가 이와 닮았다. 일부 학원의 장삿속은 지나칠 정도다.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는 허위, 과대광고다. 밤 잠 안자고 열심히 공부한 학생의 공은 고스란히 누락시킨 채 ‘학원 덕분에 명문대 입학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선전하며 학부모와 학생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서부의 한 명문 사립대로 진학하는 A군의 부모는 아들이 10학년 여름방학 때 8주 다닌 학원에서 사진까지 실어가며 ‘본 학원 출신 명문대 입학’이라는 광고를 내보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고 한다. 광고는 아들이 노력은 하나도 안하고 마치 학원 덕에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제작됐다. 화가 난 A군의 부모가 따지자 학원 측은 “등록 때 학부모가 학원 광고목적으로 자녀의 사례를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한 동의서에 서명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한다.
일부 학원은 SAT반 수강을 위해 찾아온 학생에게 실력을 가늠한다는 이유로 ‘평가시험’을 먼저 치르게 한다. 본격적인 압력 넣기 영업은 평가시험 결과가 나온 뒤 시작된다. “전반적으로 잘 하는 편이지만 수학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또는 “영어를 조금 더 하면 점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부족한 과목 보충’을 은근히 부추긴다. 자식 성적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부모는 학원 측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고, 결국 예상보다 더 많은 학원비를 지출하게 된다.
이 정도는 점잖은 수준이다. 일부 학원에서는 입소문에 약한 한인들의 특성을 이용하려고 잘 아는 학부모들까지 동원해 ‘쪽집게 학원’이라는 소문을 유포하는가 하면, 실력도 되지 않는 아이를 명문대에 넣어주겠다는 책임 못질 약속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학원들은 운영 목적이 학생을 잘 가르치고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돈벌이에 있기 때문이다.
한인 학원업계의 규모와 수익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는 없다. 하지만 우후죽순 생겨나는 학원 숫자와 일부 학원 관계자들의 전언 등을 종합하면 괜찮은 ‘돈벌이’ 업종인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한 학원 관계자는 “몫 돈을 쥘 수 있는 시기는 여름방학”이라며 “그래서 수업 공간도 늘이고 선생도 추가 모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을 모으지 못해 문 닫는 곳도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교육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자녀의 공부를 챙겨줄 수 없는 이민 1세들이 남겨 논 공간을 사교육 기관들이 메우고 있는 실정에서 학원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취재중에 보면 공교육의 부족함을 보충하기보다 돈벌이 급급한 학원들이 더 많다. 학원이 사설 교육기관이지만 대상이 아직 배움의 단계에 있는 학생이고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을 가진 학부모인 만큼 너무 돈벌이만 앞세운 행위는 자제했으면 한다.
김경원 특집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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