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어느덧 반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7, 8월의 무더위, 여기는 그래도 습한 날씨가 아니기에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한국은 아마도 찜통 더위니 가마솥 더위니 하면서 많이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이렇게 더울 때 아마도 많이 찾는 음식 중의 하나는 삼계탕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견공(犬公)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대중적으로 친숙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바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삼계탕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삼계탕은 커녕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통닭, 닭도리탕 등등, 닭으로 시작하는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는 나!! 여기엔 그럴만한 아주 진짜 사연이 있다.
아직도 나의 머리속에 각인(刻印)되어 있는 닭과의 운명적인 만남. 여섯살 때로 기억된다. 서울에 살 때 큰이모가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서도 치료가 안되고, 요즘도 무속(巫俗)신앙을 빌어서, 사람이 고쳐진다는 미신을 믿는 사람도 있지만, 그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굿을 하기로 했었나 부다. 경기도 어느 산골에 엄마 손을 잡고 따라갔지만, 별로 흥미가 없었기에 어느덧 대문을 나서서 쫄랑쫄랑 걷고 있을 무렵 갑자기 내 눈 앞에서 나타난 거대하면서도 날카로운 벼슬과 눈빛을 가진 장닭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 순간 난 전기에 감전된 듯 옴짝달싹할 수 없었고, 여섯살 어린아이가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공포를 그 때 온 몸으로 경험을 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니, 그 때의 상황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한동안 그 형형색색의 괴물은 나를 쪼아보다가 이윽고 내 앞으로 따박따박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동안 참고 있었던 울음이 폭발하면서도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침 그 동네 아이들이 뛰어오면서 그 괴물도 푸드득거리면서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난 그 이후로 한동안 가위에 눌린 적도 많았으며, 그 때의 그 기억이 꽤나 오래갔었다. 그리곤 닭과 무녀(巫女)의 요령(妖靈 )소리가 오버랩이 되어서, 중학교 때까지는 밤 12시를 넘기는 것이 참으로 힘들어졌었다. 12시만 되면 이상하게도 환청같은 것이 들리고 아무튼지 간에 학교다닐 때는 신경성 위염을 달고다니다시피 한 게 아마도 그 때의 그 아픈 기억이 아닐까? 닭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요, TV에서건 어디서건 닭이 나오면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아버리곤 했다. 별 것 가지고 유난을 떤다 해도 할 수 없다. 나한테는 어린 시절 처음으로 찾아온 찬란한, 그러나 암것도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큰 충격이었으니까….
그런 나도 조금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데 비록 내가 먹진 못하지만 닭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닭껍질을 벗기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지만, 껍질 벗겨진 닭에 고무장갑을 끼고 손질을 할 수 있다는거, 나에게는 적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건 아닐까?
닭고기가 여러가지 고기 중에서도 단백질이 풍부하며, 특히나 가슴살은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최고라는거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나의 부모님, 친구들도 눈 딱감고 한번 먹어보라는 말도 하지만, 아직은 나에게 있어서 닭과는 친할래야 친할 수 없는, 그래서 내게는 너무 먼 당신이다. 언젠가, 어디서건, 내 기억 속에 각인(刻印)되어져 있는 그 때를 지울 수 있다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평생 그 날이 올 수도 안올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지금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님인 것임은 틀림이 없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