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같은 교단에 소속돼 있는 남가주 개신교 교회 두 곳의 담임목사 자리가 나란히 비었다. 이 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있었다. 목사 선임은 조용히 끝났는데, 이후 온갖 투서가 난무한다.
“시골 목회 경력만 있는 사람이 어떻게 도시에서 목회를 잘 할 수 있단 말인가”는 그나마 점잖은 편이다. ‘애송이’라는 표현부터 험한 비방전으로 이어졌다.
선임 전에는 ‘환심 사기 전법’이 동원됐다. 선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한 목사는 집으로 배달된 박스를 뜯었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시계가 들어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시가로 2,000달러가 넘는 거였다.
조금 다른 사례다. 개인 문제로 담임목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나자, 은근슬쩍 자리에 복귀한 목사도 있다. 이 목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강단에 선 다른 목사는 계속 이 목사가 돌아올 날을 ‘예비’했다. 설교는 온통 용서와 사랑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다른 교회 얘기다. 공석인 담임목사를 찾기 위해 교회 내에서 청빙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청빙위원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했다. 결국 교회는 상급기관에 담임목사를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상급기관 대표자는 후보자 리스트에도 없던 목사를 후임으로 정했다. 바로 자신이었다. 40대 목사를 찾던 이 교회 교인들은 생각지도 않던 60대 목사를 맞았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다. 몇몇 볼썽사나운 사례가 전체 교계를 매도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있다. 바로 “목사님들도 우리 같은 연약한 사람들인데…” 하는 ‘동정론’이다. 대부분 경우 이 동정론에 목회자의 ‘영적 미숙’은 파묻히고 만다.
최근 ‘한국성결신문’이 지령 500호를 기념해서 한국의 목회자 289명과 장로 96명을 대상으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물었다. 세 번째 높은 대답이 목회자의 자질 하락과 도덕성 문제(15.1%)였다. 그 다음이 신앙과 삶, 언행의 불일치(9.6%)였다.
2005년에는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과 갤럽이 합동으로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를 발표했다. 개신교인 1,000명과 일반인 6,200명을 대상으로 1998년과 똑같은 설문으로 다시 조사했다. 비개신교인들과 비종교인들이 개신교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질문에서 ‘목회자의 사리사욕이 문제’라는 대답이 13.6%(2위)였다. 그런데 같은 생각이 98년에는 4.1%였다. 목회자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종교 지도자의 자질의 우수성에 대한 질문에서 비종교인들은 천주교(31.8%), 불교(21.2%), 개신교(12.0%)로 답했다. 개신교가 꼴찌였다.
세상은 지도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만, 교회는 목사에게 높은 영성을 요구한다. 그 수준은 일반 사회의 기준보다 엄격하다. 목사 혼자만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목사 한 사람으로 인해 그에 따른 수많은 사람들도 같이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소경이 소경을 이끌면 둘 다 구렁텅이에 빠진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김호성 / 특집2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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