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요란한 새들의 지저귐에 눈을 뜬 이른 아침. 예전같으면 좀 늦잠이라도 잘 수 있는 일요일이건만 언젠가부터 새벽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어김없이 일어나진다. 원래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의사로부터 경고를 받고부터 시작한 것이 이제는 하나의 생활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옅어지기 시작한 어둠을 헤치면서 새벽길을 나서면 작은 도너츠 샾이 오픈 사인을 반짝거리면서 하루를 맞을 준비를 한다. 커피 한 잔 사들고 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어제 내린 비로 아직 길이 질척스럽다. 내가 가끔 나가 달리고 있는 히든 발리 공원에는 제법 큰 호수가 있고 그 호수 주위로 여러 갈래의 길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때로는 그 길을 따라 마냥 딴 생각하고 걷다보면 돌아갈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작은 계곡으로 내려가면 시냇물이 흐르기도 하고 아담한 봉우리로 올라가면 언덕 밑으로 넓은 갈대밭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기도 하다.
아직 인적이 없는 숲 속에 들어가 자연의 소리에 마음의 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본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의 소리에 늘 젖어살다가 때로 자연에 귀를 기울이면 나름대로 참으로 많은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제 짝을 부르는 새들의 지저귐, 번개처럼 짧게, 혹은 길게 여운을 남기면서 짖어대는 온갖 새들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또한 새벽 이슬을 머금고 있던 이파리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고, 바람에 들풀이 슬며시 일어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다. 호수에서 날개짓을 하는 오리들의 푸득임, 흔들리는 호수의 물결, 바람과 바람이 부딪히는 소리도 들을 수가 있다.
때론 삶이 나를 지치게 하거나, 혹은 마음이 허허로울 땐 pacifica 바닷가에 나가 방파제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곤 한다. 유달리 파도가 심한 pacifica 앞바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 무서운 힘으로 바위를 때리곤 한다. 그러나 심안을 열고 바다를 내려다 보면 절규하는 물보라 밑에 사각사각거리며 움직이는 모래와 자글자글거리는 조개나 돌맹이들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표면에서 아우성거리는 파도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평화의 소리를 내곤 한다.
삶의 보여지는 부분만 쳐다보면 밀려오고 부딪히는 거대한 파도처럼 우리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허나 좀 더 깊게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고 바다를 보면 아우성거리는 파도 밑에는 또 하나의 세계가 펼쳐져 다른 우주의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또한 방파제를 무너뜨리듯이 거세게 밀려오는 거친 코 앞의 바다는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잠시 눈을 멀리 뜨고 수평선 너머의 바다를 바라다보면 잔잔히 깔리는 음악처럼 평화롭기만 하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공원을 달리면서 작은 일에 안달내거나 보여지는 부분만 가지고 판단하지 말자고 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또 해 본다. 좀 더 나아가서 나의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자연의 소리를 즐기게 해주는 이렇게 아름답고 오묘한 우주를 창조해내신 창조주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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