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칼잡이 오수정’서 프로골퍼 ‘칼’ 역
28일 첫방송하는 SBS ‘칼잡이 오수정’(극본 박혜련ㆍ박지은, 연출 박형기)의 제목에는 사람 이름이 둘 등장한다.
한눈에 띄는 이름은 ‘오수정’이다. 다른 하나는 바로 영어 이름 ‘칼(Carl)’이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에서 칼을 휘두르는 사람은 없다. 대신 칼을 잡으려는 오수정이 있다.
지난해말 MBC ‘환상커플’에서 ‘장철수’로 인기를 모았던 오지호가 이번에는 한국 이름 ‘고만수’, 영어 이름 ‘칼 고’로 변신한다. 몸무게 150㎏의 뚱뚱한 고시생 ‘폭탄남’에서 8년만에 미국 PGA 우승을 하는 ‘킹카’ 프로골퍼로 변신한 흥미로운 캐릭터.
25일 오후 목동SBS에서 열린 ‘칼잡이 오수정’의 제작발표회에서 오지호는 이 드라마를 위해 뚱보 특수 분장을 했는데 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같은 경험을 한 김아중 씨의 고통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며 웃었다.
실제로는 183㎝, 80㎏의 다부진 몸매를 자랑하는 오지호는 뚱보 고만수를 연기하기 위해 70㎏이 더 나가게 보이도록 거대한 특수 분장을 했다.
얼굴에는 눈과 코만 빼고 다 인공 살을 덧붙였고 몸통은 온통 스펀지로 만든 살을 뒤집어 썼는데 마치 불가마 안에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분장을 했더니 동료들이 저랑 밥을 같이 안 먹더군요.(웃음) 처음에는 저랑 너무 달라 걱정도 했는데 나중에는 주변에서 귀엽다고도 하더군요.
그는 특수분장 연기에 대해 마치 탈을 쓰고 연기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뚱뚱한 고만수는 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어요. 바로 그 때문에 새로운 연기가 나오더군요. 탈을 쓸 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서 연기하는 것처럼 마음대로 연기를 하게 되더군요. 한번은 대학 강의실에서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한 여학생이 제가 촬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으러 왔다가 저를 못 알아보고 지나쳤어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거의 못 알아보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죠.
고만수는 결혼식 당일 신부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골프 선수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복수심 때문이다.
고만수는 원래 어린시절 골프를 하던 친구인데 오수정의 요구로 사법고시를 준비해요. 그런데 떨어지고나서 오수정에게도 차이고 나서야 이를 악물고 골프에 전념을 하죠. 다이어트와 함께.(웃음) 골프를 하는 이유 중에는 꼭 유명한 선수가 돼 자기 자신을 오수정에게 알리기 위해서죠. 그래야 오수정이 관심을 가지니까요.
그러니까 엄청난 배신을 당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오수정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실제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사랑했으니까요. 그리고 첫사랑이잖아요. 밉지만 꼭 다시 만나 내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는 거죠.
그는 그런 오수정을 연기하는 엄정화에 대해 지금껏 만나 본 여배우 중에서 가장 착한 분이라며 너무 순수하고 착하다. 또 연륜에서 묻어나는 푸근함이 있고 많이 챙겨주신다. 기본적으로 연기를 굉장히 잘하시기 때문에 상대 배우로서 편안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로골퍼를 연기하는 것에서는 모든 운동을 다 해봤는데 이상하게 골프는 늦게 시작했다. 이 드라마를 위해 촬영 한달전부터 집중 훈련을 했는데 골프 치시는 분들께 죄송하다. 폼이 안 좋아도 너그럽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아마 드라마가 끝날 때쯤이면 완벽한 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한편 오지호는 얼마 전 연인이 세상을 떠난 슬픔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사건으로 한동안 두문불출하기도 했던 그의 이날 ‘외출’은 오랜만의 공식 나들이다.
그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사람들 앞에 다시 서야한다는 것에 대한 긴장감을 떨쳐낸지는 좀 됐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이어 오히려 이 자리에서 드라마 속 캐릭터를 설명하는 게 더 힘들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 것인지 말로 전달하는게 힘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게 돼 반갑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연기하겠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일일 뿐이고 시청자들에게 그저 좋은 연기로 감동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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