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 한인 상가 집중 지역인 노스 필라 5가의 개척자가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고 17년 만에 청춘을 받쳤던 5가를 떠나기로 결정해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노스 필라 5가 고려정 식당 옆에 있는 롯데 백화점(5929 N. 5th Street)이 오는 8월 중순 폐업을 앞두고 재고 정리 세일을 실시중이다. 롯데 백화점은 5가 한인 상권 개발의 선구자였던 김판식 옹(82)의 맏딸 김근숙(54)씨가 지난 1990년 개업하면서 필라 한인 사회의 첫 명품 점으로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롯데 백화점이 구찌, 발리 등 브랜드 네임의 명품을 앞세워 성업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노스 필라 5가에 한인들이 각종 비즈니스를 차리기 시작해 지금의 한인 상권이 형성됐다.
김근숙 씨는 1975년 가족 이민으로 필라에 왔다. 꽃다운 20대 초반에 필라에 온 김 씨는 캐스트 애비뉴에서 블루 하우스 식당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지난 1983년 노스 필라 5가에서 다이너 식당 빈 자리를 개발해 고려정 식당을 개업하자 이를 도와주다가 바로 옆에 있던 2층짜리 5,500 스퀘어피트 건물을 매입해 롯데 백화점을 오픈, 독자적인 비즈니스 운영에 들어갔다. 당시 노스 필라 5가에는 한인 운영 야채 가게와 TV 수리점 등이 있었으나 고려정에 이어 롯데 백화점이 오픈하자 린우드에 있던 동양 식품 매장 이화상회(폐업)가 이전 왔으며 잇달아 아서원 중국 식당(폐업), 현대 식품 슈퍼마켓(폐업) 등이 문을 열었다.
김근숙 씨는 당시 필라 한인 사회에 명품 점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에서 각종 물건을 직수입해 “롯데 백화점에 가면 없는 물건이 없다”는 신화를 창조했다. 또 삭막한 필라 한인 사회에 읽는 문화를 보급하겠다는 일념에서 백화점 2층 공간 전체를 서점으로 꾸몄다. 더욱이 아버지가 운영하던 고려정은 갈비로 유명해져 1990년 대 한인들은 일요일마다 쇼핑과 외식을 겸해 5가로 모여 들었다. 김근숙 씨는 “개업 첫 5년은 넓은 매장에 물건을 채워 넣으랴 바빴고, 다음 5년은 너무 장사가 잘돼 수익금을 모아 필라 한인 청소년 센터를 세우려는 꿈을 키워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점에서 경영이 악화돼 10년 만에 문 닫은데다가 2000년부터 필라에 타 지역 사람이 몰려들면서 대형 동양 식품점들이 영업을 시작하자 사업이 내리막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과당 경쟁에 9. 11 사태 이후 불경기가 찾아오면서 큰 타격을 입어 폐업 단계에 이르렀다.
김근숙 씨는 “어릴 때 롯데에서 악세서리를 구입했던 여성이 가정주부로 성장해서 찾아오다가 문 닫는다는 소식에 ‘틴에이저 때 메모리 플레이스가 없어져 안타깝다’고 말할 때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이 곳에 청춘을 바쳤는데 폐업으로 끝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김 씨는 8월 중순까지 70% 세일을 끝내고 건물을 매물로 내놓기로 결정했으며 고바우 상가 지하에 롯데 화장품 건강식품 매장을 열어 이름은 유지하기로 했다. 김근숙 씨는 오세권 씨와의 사이에 대학생 자녀 2남 1녀를 두고 있다. 문의 215-924-8800.<홍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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