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 세력에 희생된 배형규 목사의 순교에 대해 너무나도 말들이 많다. 같은 한국사람으로 그의 희생을 안타까워하고 애통해하는 것은 이해가 가나 그렇다고 해서 의료선교에 나섰던 그들의 믿음과 신앙까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일은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정치와 종교는 나란히 놓고 같이 논쟁할 수 있는 이슈가 될 수 없다. 정치적 이슈는 대개의 경우 이권과 연결돼 있어 양보와 타협의 대상이 되지만, 종교는 본인들의 신념, 삶의 모습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10월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산베 한인교회에서 폭탄테러사건이 발생해 현지인 10명이 주일예배도중 순교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이 발생한 후 여러 사람과 관계 기관에서는 한인 선교사들의 신변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며 선교사들이 위험한 지역에서 사역을 꼭 지속해야 할 경우에는 권총이라도 휴대할 수 있도록 안전조치를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곤 했었다.
나는 그 당시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 특히 매사에 극도로 감정적인 한국 사람들을 참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참 사랑과 영원한 생명을 믿고 그 사실을 증거 하기 위해 오지에 파송된 선교사들에게 성경책과 권총을 동시에 지급한다는 것이 과연 말이나 되는 일인가.
두산베 교회는 1년쯤 지난 뒤 체포된 테러범 2명에게 사형이 선고되자 오히려 이미 진심으로 용서했다며 범인들을 감형해달라는 탄원서를 대통령에게 보내 그 나라사람들 전체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독교의 진정한 힘은 약해지는 데서 강함이 드러난다.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선택한 진정한 이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본주의적인 생각이 판을 치고 있는 오늘날 세상에서 사람의 목숨은 그것이 전부다. 한 사람이 그 생명을 잃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장이다.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인 지구의 종말을 의미한다. 죽음 뒤에는 천국도 지옥도 영원한 생명도 아무 것도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저 목숨이 붙어있는 동안 최고의 쾌락과 부와 명예를 누리며 오래 오래 웰빙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종교가 사람들의 의식과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는 큰 요인은 바로 종교가 사람들의 목숨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종교는 예외 없이 죽음이후의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할 것 없이 나름대로 죽음이후 영원한 생명 또는 환생, 천국과 지옥 등 목숨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독교에서도 가장 중요한 교리는 바로 영생과 구원에 관련된 교리들이다.
배형규 목사는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예수의 명령에 순종해 선교지에 나갔다가 그곳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순교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이제 그는 그의 믿음대로 이 땅에서 비록 몸은 죽임을 당했지만 그 영혼은 영원한 천국에서 가장 큰 상급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은 그냥 배목사의 믿음을 존중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이번 일로 인해 한인교회에서 단기 선교나 선교사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게 되기를 기도한다. 또한 남은 22명의 단기 선교팀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게 되기를 전심으로 기도한다. 저들을 향한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렇게 기도하는 것이다. baekstephen@yahoo.com
백승환 / 목사·예찬출판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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