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과 14일 토요일 아침, 밸리의 한 교회에 마련된 SAT 한국어 준비반에서 등록도 받고 교재도 나눠주기 위해 참석하였다. 30명 모집에 42명의 학생이 신청하는 높은 열의를 보였다.
이런 준비반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8주간 LA와 오렌지카운티 등 모두 3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7월1일부터 8월7일까지 미국학교의 교장 24명, 한국어 교사 34명 그리고 한국어반 장학생과 한인2세 학생 90명을 인솔하고 한국에서 여러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느라 일손이 달리는 한국어진흥재단 관계자와 실무진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어진흥재단은 미국의 고등학교에 한국어반 개설을 주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로 매년 여름방학 동안 모국방문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해증진과 현지학습을 실시해오고 있는데 올해는 한국어세계화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있다. 그 중 이화여대 인문학연구원이 주관한 한주간의 한국어 교사 초청연수에는 최근 매스컴에서 화제가 된 최초의 미국인 한국어 교사데이비드 헤인스 씨가 포함되어있다.
미국 땅에서 어째서 어린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느라 애쓰고 부모들이 그 뒷바라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일까. 대학입시를 위한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질문화권 속에서 정체성을 심어주기·위함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한국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를 이어가게 만드는 것은 정치와 경제, 예술과 스포츠가 아니라 그들 국민이 쓰는 말이고 글인 것이다. 우리말은 우리 민족의 정신이고 문화이다.
그것을 기록하고 보존시키는 것이 한글이다. 말과 글이 없는 민족은 결코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종국에 가서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한글이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유치원에서부터 한글보다 영어를 배우느라 과외수업, 해외연수, 조기유학 등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쏟아 붓고 있으며 교육당국자와 대통령까지 앞장 서 영어 잘 하는 국민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도대체 그렇게 죽기 살기로 영어를 배워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런 것이 세계화인지, 새로운 사대주의 사상인지, 제 정신들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몰라도 큰 불편이 없고 혹시 더 필요한 사람은 각자가 알아서 배우면 되는 일이다. 외국과 무역하고 외교하려면 그럴 수 있는 사람들만 모아도 넘쳐날 것이다. 영어가 아닌 자국어만 쓰는 프랑스, 러시아, 독일과 이웃 일본 등 수많은 나라들이 별 문제없이 잘 살고 있으며 오히려 영어를 제2국어로 쓰는 필리핀은 특별히 나은 것이 없다.
언어와 문자를 보면 그 나라의 민도를 가늠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쓰는 말들이 무슨 멋인 양, 유행처럼 거칠어지고 천박스러워지면서 사회가 더욱 어지러워지고 흐려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데에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언어와 글자를 매개체로 하는 방송과 신문도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 수가 없을 것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드라마와 노래에서 쓰는 용어들이 과연 합당한지 온 국민이 우리말과 한글을 아껴 쓸 때에만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선진국가로 대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류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바람일 뿐 자기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와 민족은 이미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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