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27%, 도로 34% 불량
구조적 결함·노후로 정비 시급
정부선 예산 부족 타령 ‘땜방 대응’
토목공학기사협 보고서
미국의 주요 교량 가운데 27%, 간선 도로의 34%가 정비를 필요로 하는 불량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토목공학기사협회(ASCE)도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05년도 평가보고서에서 미국 교량의 평균 점수를 ‘C’로 채점했다. ASCE는 미 전역에 산재하는 총 59만750개의 주요 다리 가운데 27.1%가 “구조적 결함을 지니고 있거나 기능적으로 노후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국제전략연구센터도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교량중 4분의 1이상은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구조적 결함을 수리하기 위해선 향후 20년간 매년 94억 달러씩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당국은 상황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땜빵’식 대응을 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래도 교량은 도로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에 속한다.
ASCE의 국내 도로 평점은 ‘D’로 간신히 낙제를 벗어난 수준이다. 주와 주를 연결하는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주간 고속도로) 가운데 4만6,000마일이 50년 전에 건설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늘어난 교통량을 감안할 때 동매경화에 시달리는 도로의 훼손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만 하다. 해마다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4만여명이 교통사고로 숨지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열악한 도로 상태로 인해 비롯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도로 정체로 미국인들이 겪는 경제적 손실만 연 35억달러에 달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기존 도로를 보수하고 관리하려면 20년간 매년 540억달러의 예산을 들어부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연방 정부로선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멜리사 휴즈가 남편이 데리고 온 딸 올리비에를 안고 있다. 사고 당시 휴즈가 운전했던 빨간 색 차량이 뒤에 보인다.
◆ 주요 도로·교량 붕괴사고
1980년 이후 발생한 미국내 주요교량및 도로 붕괴 사건은 5건에 달한다.
▲2007.4 = 고속도로 구간 나들목에서 유조트럭이 전복되면서 폭발해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베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녹아내리고 부상자 발생
▲2002.5 = 오클라호마주 웨버스 폴스 지역에서 아칸소 강을 지나가던 선박이 교각을 들이받아 다리가 무너지고 14명 사망
▲2001.9 = 텍사스주 퀸이사벨라 코즈웨이 도로가 견인선과 충돌한 뒤 무너져 8명 사망
▲1987.4 = 뉴욕주 암스테르담 근처 고속도로의 다리가 무너져 10명 사망
▲1980.5 = 플로리다주 탬파베이의 썬샤인스카이웨이 다리에 선박이 충돌해 교량 붕괴하면서 35명 사망
61명 탄 스쿨버스 “휴~”
추락직전 멈춰 신속 대피… 희생자 없어
불행중 다행이었다.
I-35W 교량 붕괴사건에 따른 희생자 수는 아직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사망자 명단에 61명의 이름이 추가될 뻔했다.
52명의 어린이들과 아홉 명의 성인들이 타고 있던 스쿨버스가 반 토막이 난 채 강쪽으로 휘어진 다리의 거의 끝부분에 멈춰 서지 않았다면 I-35W 브리지 붕괴사고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국내 교량 사고로 기록됐을 것이다. 스쿨버스가 멈춰선 이후에도 차량 뒷문을 통한 신속한 대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탑승자 전원이 참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끊어진 다리의 경사가 워낙 심해 육중한 차체가 언제 강물 속으로 굴러 떨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인데다 뒤에서는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들이 무더기로 밀려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의 영웅은 버스에 타고 있던 교직원 제레미 헤르난데즈였다. 그는 뒷문을 발로 걷어차 열어제낀 후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아이들을 재빨리 대피시켰다. 어린이들은 콘크리트 사태를 피해 차에서 뛰어내린 후 헤르난데즈의 지시대로 반대방향으로 뛰었다.
강물과 스쿨버스 사이에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멈춰선 트럭의 운전사 게리 바비노도 급히 달려와 부상자들을 끌어내는데 힘을 보탰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이들이 보여준 눈부신 활약 탓에 버스 탑승자들의 피해는 어린이 8명을 비롯, 10명의 부상에 그쳤다.
보트에 탄 구조대원들이 희생자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미시시피강을 수색하고 있다.
무너진 I-35 브리지 작년“안전”판정
수수깡처럼 허물어져 내린 I-35 웨스트 브리지는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종합적인 안전도 검사를 받았으나 “구조적 결함이 없으며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팀 폴렌타 미네소타 주지사가 2일 밝혔다.
연방 교통부 웹사이트 전국교량총람도 I-35웨스트 브리지의 상태를 ‘양호’로 평가하고 있다. 교량의 전반적 평가란에는 “허용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첨부되어 있다.
그러나 미네소타대학 토목공학과가 2001년 3월에 작성한 보고서에는 “상판 이음새 부분이 과다한 교통량으로 균열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고 2005년 연방 정부당국의 평가에서도 수리를 필요로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과다한 교통량도 I-35웨스트 브리지의 붕괴 원인중 하나로 추정하고 있다.
보트에 탄 구조대원들이 희생자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미시시피강을 수색하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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