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미국 사람에 대해 고마워질 때가 생긴다. 지난 며칠 LA한국문화원에 가서 느끼는 감정도 그런 고마움 가운데 하나다.
오는 10일까지 문화원에 가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려는 파란 눈의 미국인 교사 수십 명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이 가르치는 한인 학생을 이해하기 위해 왔다는 교사에서부터 한국이라는 나라가 매력적이라는 참가자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하나같이 ‘Korea’를 위해 일주일이라는 금쪽같은 시간을 낸 사람들이다.
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 참가자 1인당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학생들에게 한국을 가르치게 된다. 이번이 7회 세미나이니 지금까지 400여명의 교사들이 1만 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한국을 소개했다는 계산이다. 일부 교사들은 스스로 커리큘럼을 제작하기도 한다.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한인의 한사람으로서 무척 기쁜 일이다.
하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이런 세미나가 미국인 교사 한사람의 헌신에 의해 태어났고 운영된다는 점이다. 역사 교사로 일하다 최근 은퇴한 메리 코너 여사가 없었다면 세미나는 결코 시작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수십 년을 교단에서 중국과 일본, 인도에 대해 가르쳐 왔지만 한국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교과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은 8학년과 11학년 때 한 번씩 나온다. 그것도 한국 전쟁과 냉전을 소개할 때 잠깐 나오는 게 전부다. 그녀는 어느 해 한국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 때부터 한국의 매력에 ‘사로잡히게’(fascinated) 되어 이런 세미나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인 작가 이혜리씨를 비롯해 LA한국문화원 등이 도움을 주지만 코너 여사의 힘이 절대적이다. 지난 4년 동안 코너 여사 한사람이 발로 뛰고 재정을 모아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한인들이 코너 여사의 짐을 덜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세미나를 지켜보면서 한국 대기업이나 한인 기업 그리고 한인 단체들의 지원이 없다는 사실은 늘 아쉬웠다. 그런 도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인 커뮤니티 전체가 이런 세미나에 관심을 갖고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더 이상 공간이 부족해 세미나 참가자 숫자를 제한하고 다음 세미나를 걱정하는 일을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순을 넘어 고희를 바라보는 코너 여사가 한국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짐을 이제는 우리 한인들이 같이 나눠야 할 때다.
정대용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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