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취재를 담당하면서 한인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교육열의 목적에 의구심을 갖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자녀가 진학하는 대학의 명성을 본인의 이민생활 성공 척도로 여기는 이들을 대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한 아줌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다짜고짜 하비머드 칼리지가 어떤 학교냐고 질문g했다. 명문 공대라고 답했더니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아닌가요. 왜 사람들이 처음 들어본다고 하죠”라고 되물어왔다. 그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어보니 ‘같은 교회 교인들’과 ‘동네 아줌마들’이란다.
자초지종인 즉, 이 여성 독자에게는 9월에 12학년이 되는 ‘똘똘한’ 아들이 있다. 그런데 공립학교 선생님이 하비머드 칼리지 진학을 추천했다. 모든 과목 점수가 두루두루 좋고 특히 수학, 과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만큼 이공계 전공을 권한 것이다.
카운슬러의 추천은 이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주변에서 다들 “그런 학교도 있었느냐”며 의아해 했기 때문이다. “공부 잘 한다고 소문만 무성하더니 별 거 아니네”라는 수군거림까지 들려왔다.
이 학부모의 말을 차분히 듣고 있다 보니, 아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권유와 특정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의 질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같은 학부모 자신의 체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자녀 대학 선택시 더 우선권을 갖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는 데까지 설명해 주었다. 나무와 박사의 도시로 불리는 클레어몬트에 있는 하비머드 칼리지는 5개의 학부 대학과 2개의 대학원으로 이루어진 미국 유일의 ‘대학 컨소시엄’인 ‘클레어몬트 칼리지’(The Claremont Colleges) 패밀리의 일원이라는 것, 7개 대학 모두 미국 대학평가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하비머드 칼리지는 미국 내 200여 단과대학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항상 20위 안에 든다는 것 등이었다. 미국에서 단과대학은 칼리지라고 부르고 종합대학은 유니버시티라고 부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큰둥하게 이야기를 듣던 이 학부모는 MIT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 공대라는 평가를 듣고 스탠포드, 칼텍 지원자는 이 학교에도 입학원서를 넣는다는 대목에서야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교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마치 구겨진 체면을 회복한 사람 같았다.
이처럼 귀가 얇은 학부모에게는 자녀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고등교육의 목적은 자녀 인생의 기초를 닦고, 비판적, 합리적, 개방적 사고를 배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 남들을 배려할 줄 아는 진정한 인격체가 되는 데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싶다.
또 ‘내가 모르면 유명하지 않은 학교’라는 무지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한인들에게는 작지만 강한 ‘리틀 아이비리그’ 대학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싶다. 지난 10여년 사이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류 교수진과 양질의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대학들도 급격히 늘었다. 보든, 카네기멜론, 콜비, 콜게이트, 데이비슨, 캔욘(오하이오), 마칼레스터, 올린, 리드, 렌시레어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 라이스, 로체스터, 스키드모어 등 이 그중 대표적인 학교다.
김경원 특집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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