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제전문가 이종덕 객원기자의
영어로 읽는 문화, 문화로 읽는 영어(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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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지적 유행어가 된 ‘패러다임(paradigm)’이란 말은 원래 언어학/기호학에서 명사나 동사 등의 어형변화표 또는 계열체를 의미하며 메시지가 구성되는 의미있는 단위를 가리킨다. 또한 일반적인 의미로는 모범, 범례, 실례 (model, pattern, example)를 의미하기도 한다.
과학 철학자 Thomas Khun(쿤)은 1962년에 ‘과학혁명의 구조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라는 논문을 통해 과학의 역사와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다소 애매하지만 새로운 의미로 사용한다. Khun의 요지는 과학의 발전이 점진적이고 누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not to be understood in terms of a cumulative process) 비연속적인 ‘인식론적 단절(epistemological break)’을 통해 급진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신화적, 종교적 세계관에서 정설이었던 하늘이 돈다는 ‘천동설’은 과학적 사유와 새로운 인식론에 힘입어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로 바뀌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급격한 패러다임의 변화 (a radical paradigm shift)’를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한동안 과학자들의 공동체를 지배하던 이론과 세계관 역시 또 다른 새로운 이론과 세계관에 의해 도전을 받게 되며 기존의 구성원 사이에 공유되던 사물을 보는 방식,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과 해결책은 새로운 시각으로 대체된다. 쿤에 의하면 패러다임이란 다양한 과학 영역 내부에서 연구와 조사 행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새로운 ‘실용 이론’ 또는 ‘세계관’이다 (paradigms are working theories or ‘world view’). 쿤은 기존의 규칙들의 실패가 새로운 규칙 추구의 서곡이 된다고 말했다 (Failure of existing rules is a prelude to a search for new ones.).
어느 시대나 인간 공동체들은 하나의 지배적인 패러다임 또는 세계관에 입각해서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며 늘 새로운 관점과 충돌하게 된다. 따라서 하나의 패러다임은 인식론적인 측면과 사회적 문화적 실천 (a social and cultural practice)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패러다임의 개념은 그 규모에 따라 구체적인 하나의 이론이 될 수 있는 한편 더 넓게는 한 시대의 시대 정신도 될 수 있다.
Key Words: paradigm (패러다임), working theories (실용이론), world view (세계관), epistemological break (인식론적 단절), social and cultural practice (사회, 문화적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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