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더위가 무색하도록 갑자기 요즘처럼 아침 날씨가 차가워지고 일교차가 커지는 때에는 건강상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심장병, 뇌출혈, 중풍 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인데, 이완된 상태의 근육과 혈관 등이 갑자기 추운 공기와 만났을 때, 급격히 수축되면서 혈관이 막히거나 약한 곳으로 터져 뇌경색 뇌출혈 등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아직 신체가 추위에 충분히 적응되어 있지 않은 초겨울에 중풍의 발생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중풍은 ‘바람에 적중되었다’는 뜻으로, 갑작스럽게 발병하며 변화가 빠르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 바람의 특성과 비슷하다 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우리 몸에 나쁜 바람이 일어나면 인체가 충격을 받게 되는데, 중풍은 뇌와 혈관이 바람을 맞은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이미 뇌와 심장의 에너지의 균형이 깨져 있었지만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중풍을 맞게 된 것입니다.
현대의학 명으로는 ‘뇌졸중’(Stroke)이며, 중추신경의 한 부위의 기능장애가 24시간 이상 지속되어 나타나는 뇌혈관 질병의 하나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인사불성, 반신불수, 언어불리, 구안와사 등이 나타나는 병증을 말합니다.
현대의학에서는 병의 원인과 발병 부위에 따라 분류하는데, 크게 혈전이나 색전에 의해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혈액 결핍성 중풍(뇌경색)과 뇌출혈로 인한 출혈성 중풍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뇌경색은 뇌조직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뇌혈관 중 어딘가가 막혀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서 뇌조직의 일부가 괴사한 것을 말하고, 뇌출혈은 뇌혈관 중 어딘가에 피가 새는 부분이 생겨 혈액이 혈관 밖으로 나온 것을 말합니다.
전체 중풍의 80%가 뇌경색에 속하며, 출혈성 중풍에 비하여 증상이 가볍고 예후가 좋은 편입니다. 반면, 뇌출혈은 고혈압, 혈우병과 같은 출혈성 질병, 또는 암으로 인해 혈관이 파괴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증상이 심각하며 사망률도 높습니다. 중풍은 발병한 뒤 초기 대응이 아주 중요한데 몇 시간 안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고 잘 대응하면 후유증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정의 정도와 발병의 경중에 따라 구분을 합니다. 중한 것은 장부와 경락 모두에서 증상이 나타나고, 경한 것은 경락의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장부중풍과 경락중풍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증상의 허실과 특성에 따라 다시 폐증과 탈증으로 각각 나눠집니다. 폐증은 글자 그대로 입을 꼭 다물고, 두 손을 꽉 쥐며, 대소변이 폐색되어 나오지 않으며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실증에 속합니다. 탈증은 폐증과 반대의 증상을 보이고, 허증에 속하게 됩니다.
중풍의 주병인은 風(풍)과 火(화)로, 동의보감에는 중풍이 생기는 체질적 소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열생풍’이라 하여 열이 많으면 중풍이 잘 생긴다 하였는데, 여기서 열이라는 것은 단순히 체온이 높은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심장의 화가 심한데 신장의 음기마저 부족하게 되면 그 화를 억제하지 못하게 되어 열이 변해서 풍이 된다고 했습니다. 감정이 지나치면 그것이 화를 초래해서 풍을 만들어내며, ‘비인다중풍’이라 하여 뚱뚱하면 중풍이 잘 생긴다고 하였습니다. 뚱뚱하면 기와 혈이 한쪽으로 편중되어 잘 통하지 않고, 담이 생겨서 축적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에 중풍의 치료와 예방에 대해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213)487-0150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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