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쓸 것인지 전혀 아이디어가 없다”
대학 지원서 에세이를 눈앞에 둔 학생들의 공통적 고민이다. 무엇이 그들을 막막하게 만들었나? 모범답안으로 획일화된 생각, 메마른 감성으로 오그라든 가슴이다.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으로 거슬러 가보자. 단순히 암기한 것을 내뱉기 보다는 사서삼경을 비롯한 선현들의 학문세계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전개 해나가는 능력이 없으면 급제는 불가능했다. 그 때도 오늘의 쪽집개 과외에 해당하는 초집(秒集) 이라는 예상문제와 모범답안이 나돌았다.? 특히, 논술시험인 시(詩),부(賦),책(策)을 준비하는 참고서 과시(科詩)가 수험생 사이에 유행했다. 이런 모범답안을 가지고 공부한 학생의 논술에서 개인의 독특한 견해를 찾을 수 있었겠는가?
요즈음 방영되는 KBS 드라마 아이엠 샘으로 가보자. 유은별의 담임 선생인 장이산은 채무신의 폭력사건으로 학교에 사표를 쓰고 학원에서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을 강론한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장 선생은 그 시를 가슴으로 느껴보라 하지만 별이 들어앉을 가슴이 없는 학생들은 문제풀이와 해답만을 요구한다. 감성을 헤아려 볼 여유가 없는 학생에게 에세이를 요구하니 소재부족일 수 밖에 없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면, 2005년도에 버지니아 주립대학은 7000명 지원서 에세이 중 347명이 그 당시 한창 유행했던 줄기세포에 관해 썼고, 657명은 예수, 성경, 하나님에 대해서 썼다고 발표했다. 작년에는 댄 브라운이 저술한 다빈치코드에 대해서 쓴 학생이 87명,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대해서 쓴 학생이 127명이나 있었다.
한인학생들도 누구나 똑같이 쓰는 주제가 있다. 이민 와서 겪은 언어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충격, 멕시코 선교활동을 통해 배운 점, 교회활동 등 이다. 어떤 입학사정관은 이런 주제를 보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다고 까지 말한다.
획일화된 마음과 텅 빈 가슴은 쓰지 말아야 할 주제들 주변만 맴돌게 한다. 그것들은 무엇일까?
논쟁의 여지가 있는 동성연애, 낙태, 핵무기 사용, 정치 혹은 종교에 대한 견해, 사생활을 구체적으로 들어내는 부모의 이혼, 마약, 남자(여자)친구와 작별 이야기, 누구나 생각하기 싫어하는 죽음 등 이다.? 지원서 다른 부분에서 이미 다루어진 교내외 활동, 봉사활동 업적, 운동, 토론, 그리고 수학경시 등 대회 수상 이야기들도 피해야 한다. 단골로 등장하는 외국 여행이야기, 농담조 말투도 식상하다. 또한, 동의어 사전을 사용하여 분에 넘치는 화려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금물이다. 에세이의 분량 또한 주의를 요한다. 500자를 요구하는데 600자를 제출하면 주의력을 의심 받고, 400자 이하로 써내면 지원동기를 의심 받는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쓰란 말인가? 지원서 에세이는 성적표, 이력서, 탤런트 쇼가 아니다. 자신의 머리를 보이지 말고 가슴을 보여라. 예를 들면, 자신의 필체를 분석하여 자신의 성격이 어떻다는 것을 설명하고, 피부에 나는 여드름으로 인한 남모르는 고민을 털어 놓아라. 가슴으로 쓰는 에세이는 남의 것과 같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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