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금년 말 선정할 ‘2007년 한인사회 10대뉴스’ 중 1위는 보나마나 ‘노무현 대통령 시애틀 방문’이다. 꼭 석달 전인 지난 6월30일 노대통령이 시애틀에 도착했을 때 필자는 연말이 앞으로 반년이나 남았지만 이보다 더 큰 뉴스는 없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그날 오후 장장 90분간 가진 교민간담회의 내용은 사실상 톱 10뉴스로는 함량미달이었다. 애당초 그럴 줄로 예상하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필자는 그 대신, 그날 전혀 다른 사람에게서 그보다 더 신나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뛰었다.
토요일이었지만 노대통령 방문 특별취재팀을 지원하기 위해 아침부터 출근했던 필자는 정오경 간담회장인 웨스틴 호텔과 동떨어진 신문사 근처의 한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전날 손창묵 박사와 점심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손박사는 전에도 올림피아에서 시애틀에 올라올 일이 있을 때 필자와 가끔 점심을 나누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눠왔다.
그날 손박사는 의외로 임용근 오리건주 하원의원과 함께 식당에 들어섰다. 임의원 역시 노대통령 간담회 참석차 시애틀에 올라와 있었다. 손박사는 자리에 앉으며 “신호범 의원도 함께 모셨으면 좋았을 텐데 외유 중”이라고 말했지만 필자는 흘려들었다.
임의원과 필자가 화들짝 놀랜 것은 손박사의 그 다음 말이었다. 내년에 워싱턴주 재무장관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선거의 백전노장인 신·임 의원과는 기본 선거전략을, 필자와는 한인사회의 예상반응 및 모금 캠페인 방법을 일차적으로 의논하기 위해 모두 만날 수 있는 노대통령 도착 날을 택해 점심약속을 했노라고 설명했다.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의 수석경제고문으로(워싱턴주에선 세입전망위원장도 겸해서) 30여년 근속해온 손박사가 지역 경제문제에 누구보다 정통하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는 그동안 족집게 경기전망으로 워싱턴주 경제를 향도하며 정·관계와 업계로부터 ‘리틀 그린스팬’이라는 경칭(?)을 들었다. 고위직인데도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쉽지 않은 한국이름(Chang Mook Sohn)을 고수하는 순종1세인 그는 총영사관의 경제동향회의를 비롯해 대소 한인단체들의 초빙에 응하며 경제문제를 자문해준다. 워싱턴대학의 한국학 돕기 캠페인위원으로 적지 않은 모금성과를 올렸고, 서북미 최초의 한인은행인 PI뱅크 설립에도 한몫 했다.
손박사가 그동안 쌓아온 경륜을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재무장관이 돼 펼쳐보려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그는 거물인 마이클 머피 현 재무장관(3선)이 은퇴하는 내년 선거야말로 절호의 기회이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의 ‘공인 좁쌀영감(official bean counter)을 자처하는 치밀한 손박사가 승산이 있다면 있는 것으로 믿어도 좋다.
주의회 상·하원 5선 경력의 임의원은 “썩 잘한 결정”이라며 필승 선거 전략을 가르쳐줄 테니 안심하라고 격려했다. 손박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 오리건주 한인사회도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의원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할렐루야!’를 외쳤을 법하다.
회사로 돌아온 필자는 이내 직업의식이 발동했다. 내년 연말의 서북미 한인사회 톱10 뉴스를 미리 머릿속에 그렸다. 1위는 보나마나 ‘손창묵 박사 재무장관 당선’이다. 제목 밑에 “미국내 첫 한인 주의회 부의장(신호범), 첫 한인 재선시장(박영민)에 이어 첫 민선 한인장관이 워싱턴주에 탄생했다”는 기사가 이어질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금년초 필자는 손박사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걱정했으나 그날 모임에서 본 그의 안색은 매우 좋았다. 손박사는 지난 주말 거북이마라톤에도 참가해 필자보다 한발 앞서 걸었는데 매주 등산 다니는 필자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걸음이 가볍고 빨랐다.
손박사의 재무장관 출마 주사위는 던져졌지만 갈 길은 창창하다. 아직 공식발표도 하지 않았다. 초심자로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인사회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일 수밖에 없다. 한인장관은 저절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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