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12월15일자 시사 주간지 타임은 의학과 인문학이라는 제목아래 메디칼 스쿨에서는 어떤 학생을 선호하나를 보도했다. 한 예로, 시카고 의대는 기본 필수과목을 마치고 똑같은 학점을 가진 철학이나 의예과(pre-med) 전공 지원자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 대학은 철학도를 뽑겠다고 했다.
2주전 뉴스위크지는 메디칼 스쿨은 인문사회학 전공 학생을 선호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실 예로, 펜실바니아 의과대학의 신입생40%이상이 인문계 출신임을 소개했다. 또한, 미국 의과대학 협회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학부 전공별 메디칼 스쿨 합격률은 다음과 같다. 생물학(45%), 생화학(49%), 화학(50%), 물리학(55%), 영어(55%), 역사(59%), 철학(61%). 자연과학을 전공해야만 메디칼 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학생과 부모들에게는 의외의 결과다.
자연계열 전공자보다 인문계열 학생들을 더 선호한다고 해서 메디칼 스쿨을 가기 위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철학 공부에 뛰어들 일은 아니나. 다만, 학부에서 어떤 전공을 하든지 상관없지만 인문과 자연과학을 골고루 폭넓게 살펴서 사람에게 인(仁)을 베풀 수 있는 기량을 가진 학생을 메디칼 스쿨이 좋아한다는 뜻이다.
인(仁)은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고 과거 송(宋)나라의 성리학자들은 피력했다. 생명의 움직임은 끊임없는 것이고, 그것이 곧 인이다 (天地生物之心曰仁)고 하며, 인은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직접적인 근원이라고 했다.
뛰어난 의술이 있다 해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부족한 의사는 환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결국 그의 병을 악화시킨다. 허준이 편집하여 광해군 5년(1613)에 출판된 동의보감 서문에도 의사의 인(仁)을 강조한다. 서투른 의사는 깊이 이치를 알지 못하고 내경(內經)의 말을 저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거나 옛날 방법에만 매달렸을 뿐이지 변통(變通)해서 쓸 줄 모른다. 또 취사선택해서 그 중심을 잃었기 때문에 사람을 살리려다 오히려 죽인다...어진(仁) 사람이 마음을 쓰면 그 혜택이 널리 미친다고 하였으니 과연 그렇다고 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의사는 전문직이라기 보다는 의술을 가진 철학자였다.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히포크라테스는 박학 다식한 철학자로서 내과적 사상을 기초로 외과적 의술을 베풀었다.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처 또한 같은 길을 걸었다. 그는 의사이기 전에 음악가, 신학자, 철학자였다. 작곡가 바흐에 관한 저술을 남길 정도로 음악에 대한 포괄적 지식을 가졌고, 음악 안에 담긴 인간정신으로 아프리카 가봉에서의 의료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인간과 생명에 대해서는 인도, 중국, 고대, 중세, 불교, 조로아스터교, 범신론 사상 등 지역, 시대, 종교를 초월한 포괄적인 통찰력을 가졌다. 그의 의술은, 깊고 폭넓게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지성과 감수성,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인술로 표현 되었다.
극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틀에 박힌 자연과학만을 위주로 하고 인문 사회학을 등한시 하는 메디칼 스쿨 준비는 심각한 골다공증의 교육 껍데기로 전락된다. 의대 지망생들이여! 의술이 인술보다는 산술에 더 가깝게 돼버린 현실을 직시하고 슈바이처를 무덤에서 일으켜 마음에 담아라. 그것이 싫으면, 실체 없고 공허한 골다공증적 의사가 되기보다 차라리 연기자가 되어 드라마에서 멋진 의사역할을 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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