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약발’조차 안 통한‘거함’과의 미스매치
2007 월드시리즈가 또 다시 한 팀의 싹쓸이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22게임에서 21승을 거두는 기적같은 스퍼트로 창단 15년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명함을 내밀었던 콜로라도 로키스였지만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거함’을 상대로는 ‘기적의 약발’조차 통하지 않아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기를 펴보지 못한 채 완벽하게 휩쓸려 버렸다.
월드시리즈 매치업이 결정되자 곧바로 레드삭스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것은 우세정도가 아니라 완전한‘미스매치’였다. 로키스는 타격과 피칭에서 모두 레드삭스에 절대적 열세를 보인 것은 물론 앞설 것으로 보였던 수비에서조차 기가 눌린 모습이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로키스의 팀 타율이 0.218에 그쳤고 팀 방어율은 7.68까지 치솟았던 것을 보면 싹쓸이라는 결과는 너무도 당연했다. 상대적으로 레드삭스는 시리즈 팀 타율이 0.333에 달해 월드시리즈 역사상 2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3년만에 2번째 정상에 오른 레드삭스는 새로운 다이너스티를 바라보고 있다.AP>>
이처럼 로키스가 맥을 못 춘 이유로는 내셔널리그 결승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4연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 바람에 8일간이나 쉬어 실전감각을 상실, 소위 ‘녹이 슬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말이 있다.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로키스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했더라도 시리즈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레드삭스의 압승은 레드삭스의 실력이 로키스보다 그만큼 월등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를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현 시대 최고의 포스트시즌 피처로 떠오르고 있는 에이스 자시 베켓과 불굴의 베테랑 커트 쉴링, 케빈 유킬리스-데이빗 오티스-매니 라미레스-마이크 로월로 이어진 레드삭스의 가공할 핵타선을 상태로 로키스가 시리즈를 승리할 가능성은 10%도 안돼 보인다. 많아야 2게임 정도 따낸다면 대단한 선전일 것이다.
이로써 월드시리즈는 지난 4년간 3번째 싹쓸이 시리즈로 싱겁게 끝났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5게임만에 눌렀던 지난해 시리즈 역시 명승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가을의 클래식’이라는 월드시리즈가 아메리칸리그팀들의 절대적인 전력우위 때문에 싱거운 일방통행이 되고 있는 것. 그리고 이 추세는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다. 특히 지난 2004년 86년을 이어온 ‘밤비노의 저주’를 풀어버린 뒤 3년 만에 다시 정상에 복귀한 레드삭스는 이제 뉴욕 양키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국’이 되고 있다. 레드삭스는 이미 팀의 주축을 이룬 선수들이 막강한데다 조나단 파플본, 더스틴 페드로야, 자코비 엘스베리, 존 레스터, 클레이 벅홀츠 등 무섭게 성장하는 젊은 유망주들이 차고 넘친다. ‘레드삭스 다이너스티’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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