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화제
78세 할머니·40대 딸·고교생 손녀
4일 뉴욕마라톤 출전 “목표는 완주”
할머니, 딸, 손녀가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손을 맞잡았다. 3대가 함께 달리는 것이다.
주인공들은 주말인 4일 열리는 뉴욕 마라톤에 출전하는 수 전(78·애나하임힐스)할머니와 전 할머니의 둘째 딸 엘리스 전(47·뉴욕), 큰딸의 딸인 손녀 애나 머피(트로이고교 12학년)양이다.
70대 전 할머니가 마라톤에 도전하게 된 데는 둘째 딸 엘리스씨의 공이 컸다. ‘뉴욕 로드 러너스 클럽’ 소속으로 지난 96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한 엘리스씨는 지난해에도 뉴욕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는 수 전(오른쪽) 할머니와 손녀 애나 머피양. 함께 출전하는 전 할머니의 둘째딸 엘리스 전씨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오렌지 레지스터지 제공>>
도착지점에서 엘리스씨와 감격을 나누던 전 할머니는 “내 딸인 네가 이렇게 잘하는데 나라고 못 할리 있겠느냐. 너하고 뛰면 나도 잘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딸의 완주를 축하해줬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딸은 어머니의 한 마디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지난 8월13일 엘리스씨가 전화를 걸어 “엄마의 생일 선물을 준비했는데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것이다. 받겠느냐”라고 물었다는 것. 며칠 뒤 전 할머니는 엘리스씨가 자선단체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어머니의 뉴욕마라톤 특별 출전허가를 받아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뉴욕마라톤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사전 기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엘리스씨는 마라톤 경험이 없는 어머니의 대회 출전을 위해 도네이션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었다.
건강에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전 할머니는 그 날 이후로 26.2마일 마라톤 코스에 도전하기 위한 연습을 시작했다.
첫째 딸 엘렌 전씨의 큰 딸인 애나 머피양이 “내가 할머니의 보호자가 되겠다”며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
어렸을 때 수씨의 돌봄을 유난히 많이 받았던 손녀가 “이번에는 내가 할머니의 소원 여는 일을 도와주겠다”며 매일 아침 요바 리저널팍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린 것. 두 사람은 평균 15마일을 함께 걷고 달리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일제시대와 해방을 겪은 수씨의 경험은 애나양에게 ‘살아있는 역사’나 다름없었다.
수씨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 내가 경험한 것이 비슷하지만 내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고 하더라”면서 “아침마다 함께 연습을 하며 손녀와 더 많이 가까워질 수 있었고 내가 편하게 한 말을 기억하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딸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수씨와 엘리스씨, 애나양은 오는 4일 뉴욕마라톤 구간을 함께 달린다. 보스턴마라톤까지 완주한 화려한 경력의 엘리스씨지만 올해는 어머니, 조카와 함께 발을 맞추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씨는 “특별히 아픈 데는 없어서 대회 출전에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오후 6시40분이 끝나는 시간인데 그 안에 도착하면 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애나하임힐스에 거주하는 수 전씨는 로버트 전씨와에 3녀(엘렌, 엘리스, 제인)를 뒀으며 엘렌씨는 애나하임힐스, 엘리스씨는 뉴욕, 제인씨는 뉴저지에 각각 거주하고 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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