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정부가 무능한가 유능한가를 판단하는 가장 정확한 잣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지탱하는 공무원의 숫자다. 그 숫자가 줄었나 늘었나를 보면 된다. 이 잣대는 민간이나 공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기본적으로 일을 해야 할 사람 숫자와 보조기능이나 감독기능에 있다는 사람들의 숫자를 비교해 보면 조직의 경영효율이 대충 파악된다. 대학에서도 무능한 총장일수록 실제 일하는 사람에 비해서 대학 본부의 간부 숫자를 늘린다.
일을 할 때의 효율은, 원래 하기로 한 일을 하는데 드는 예산과 시간을 그 일에 대한 보조기능을 하는데 드는 예산과 시간에 비교해 보면 명확히 계산이 나온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산업전반에서 저생산성으로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릴 때 GE에서 이 비율을 계산해 보았는데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제품 개발, 생산과 판매에 드는 시간이 전체 작업의 사이클에서 25프로도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이 비율을 한인 여러분들의 이해를 위해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한인타운 어느 학원에서 공부를 가르치고 수업료를 받는데, 교실에서 공부 가르치는 시간과 경비에 비해서 보조 사무, 등록, 감독, 섭외에 들어가는 시간과 경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 경영 컨설팅에서는 이를 VA(가치부가)와 NVA(불필요한 일)로 구분하는데 산업의 종류나 특성을 떠나서 일반적으로 조직의 능률을 점검하는 기본 잣대로 쓸 수 있는 아주 유효한 것이다. 한인 금융권의 예를 들면, 은행에서 실제 영업수익을 내는 예금과 대출에 직접 관련된 시간과 인력보다 보조작업과 사무, 감독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이 많다면 그 은행은 크게 수익성이 높을 수 없는 조직이 되고 만다는 얘기다.
물론 은행에서도 보고와 통제가 잘되지 않으면 영업 자체에 지장이 있게 되고 업무 자체가 불가능해지지만, 예금과 대출에 직접 관련된 시간과 인력의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효율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되겠다.
본국의 노무현 정부에서 공무원의 숫자를 엄청나게 늘여놓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좌파정부의 무능은 벌써 너무나 많은 국민들의 판단에서 결론이 난 사실이라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전체 국가 경제에서 공무원은 위의 효율 얘기에서 보면 NVA의 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온다.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사실 정부의 사이즈 얘기라면 김대중 정부 시절 IT산업과 벤처 육성이라고 정부예산으로 자금을 대량 방출할 때부터 불필요하게 커진 정부의 문제가 시작된 셈이다. 정부란 어느 시대 어느 곳을 막론하고 민간기업들의 효율을 평가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사실 정부에서 “미래의 산업육성”이라는 얘기를 하는 그때부터 비효율과 부패는 싹이 튼다. 정부는 미래의 산업 얘기를 하는 곳도 해야 하는 곳도 아니다. 그것은 민간기업들의 몫이다. 미래의 산업이 정부에서 육성해서 될 성질이라면 그건 경제성이 없는 것이다. 똑같은 예산이라도 정부 관리들이 쓸 때와 민간에서 쓸 때의 경제적 효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니 그 얘기가 나오자마자 정부의 근본의도가 ‘국물’이나 ‘떡고물’과 기업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일 거라고 사회에서 판단이 나버리는 것이다.
좋고 훌륭한 경영이란 조직과 사회에 좋은 것이다. 시들어가는 조직도 훌륭한 경영자가 자리를 잡으면 살아서 번창하게 되고, 잘 되던 조직도 무능한 경영자가 맡으면 오래가지 않아 조직이 시들어가고 죽게 된다.
가장 큰 조직인 나라를 맡을 대통령을 뽑는 날이 한국과 미국에서 다가오고 있다. 국민들이 부디 좋은 판단으로 훌륭한 경영자를 뽑아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훌륭한 경영자란 투명해야하고, 탐욕스럽지 않아야 하고, 공평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두 나라 모두 그런 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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