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올 한올 사랑이
노숙자들 위해 목도리 뜨는
밸리양로보건센터 할머니들
연말을 앞두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과 손길이 필요한 때다. 한국일보는 연말을 맞아 한인사회 내 사랑 실천 확산을 위해 따뜻한 사랑을 이웃과 정을 나누며 커뮤니티를 훈훈하게 하고 있는 한인단체나 기업, 개인의 스토리를 발굴, 소개하는 ‘나누는 삶, 따뜻한 겨울’ 시리즈를 시작한다.
1년간 200여점 만들어
<밸리양로보건센터 ‘목도리 봉사팀’ 회원들이 홈리스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목도리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승관 기자>>
“눈이 나빠져서 잘 안보이고 손가락도 떨리지만 이 목도리로 홈리스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니 너무 좋아요.”
올해 81세의 오옥숙 할머니가 푸른 색 털실을 손에 감고 한 코, 한 코씩 뜨며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곁에 있던 다른 할머니는 “이 것이 내가 만든 목도리”라며 들어 보이자 모두들 빨강, 파랑, 보라 등 가지각색의 목도리를 흔들며 “바로 이게 우리 마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찬 이들은 70~80세 할머니 15명으로 구성된 밸리양로보건센터의 ‘목도리 봉사팀’. 이들이 홈리스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며 손수 만든 목도리 218점을 내놨다. 할머니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목도리는 이번 주 다운타운에서 홈리스 봉사를 하고 있는 시온선교회(글로리아 김 목사)에 기증돼 노숙자들에게 전달된다.
밸리양로보건센터에서는 지난해 연말 할머니들이 만든 목도리와 덧버선 등을 거리선교회를 통해 홈리스들에게 나눠줬었다.
이후 ‘따뜻한 마음을 계속 전하자’는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목도리 봉사팀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사랑의 뜨개질을 이어오고 있다.
다운타운에 직접 가서 음식을 나눠줄 순 없지만 ‘어머니 마음’을 담은 목도리를 통해 노숙자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서하용(81) 할머니는 “팔십 평생을 살며 남에게 봉사해 본적이 없었고 뜨개질도 처음”이라며 “이렇게 다른 사람을 돕고 사랑을 나누는 일을 하게돼 너무 기쁘다. 집에 가서까지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할머니들의 뜨개질은 집안에서 자녀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김영자(79) 할머니가 “가끔 집에서 하고 있으면 손주들이 뭐냐고 물어와 홈리스들 준다고 하면 ‘할머니 좋은 일 한다’며 칭찬도 해준다”고 말하자 또 다른 할머니는 “우리 딸은 열심히 하라며 실도 사다 줬다. 조끼 10개는 만들어서 교회에 기증했다”고 자랑을 이어갔다.
이들은 노숙자를 위한 목도리 외에도 조끼, 덧버선 등을 더 만들어 함께 센터를 이용하는 타인종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휴식공간에 있는 의자에도 분홍색, 하늘색 실을 섞어 방석을 만들어 깔았다. 이번 겨울에는 몸도, 마음도 모두가 따뜻했으면 좋겠단다. 목도리 봉사팀의 사랑을 전해 받은 다른 회원들까지 쌈짓돈을 털어 불우이웃성금을 모았고 총 832달러의 성금이 목도리와 함께 시온선교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밸리양로보건센터의 김진희 부원장은 “할머니들이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1년 동안 꾸준히 뜨개질을 하셔서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전하자고 하시는 마음이 너무 아름답고 고맙다”며 “젊은 우리들에게도 큰 본보기가 되셨다”고 말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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