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부에서 기록적 가뭄이 계속되자 조지아 주지사가 기도회를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타들어가는 대지에 비를 내려주십사고 간구하는 현대판‘기우제’이다. 신앙심 깊은 주민들 수백명이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기우제’에 참가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절수대책 없이 기도만 한다고 물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미국 남동부 기록적 가뭄 계속되자
조지아 주지사 비 기원 기도회 개최
“기도 대신 절수대책 만들라” 비난 여론
“오 하나님, 우리가 너무 (물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나아졌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물과 땅을 주신 분, 창조주께 그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더 잘하겠다고 말씀드릴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니 퍼듀 주지사와 함께 애틀랜타의 주의사당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조지아가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를 맞자 주지사는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3일 조지아, 애틀랜타의 주의사당 밖에서는 소니 퍼듀 주지사가 수백명 참석자들과 함께 머리 숙여 기도를 드렸다. 가뭄에 시달리는 조지아에 비를 내려주십사는 기도였다. 기도회는 청소년 성가대의 찬양, 설교, 간증으로 진행돼 부흥회를 방불케 했다.
오랜 가뭄으로 애틀랜타 일대의 물 공급량은 현재 기록적으로 낮은 상태. 거의 모든 옥외 물사용이 금지된 상태이다. 식당에 가도 요청을 하지 않으면 물을 얻어 마실 수 없고, 물 공급이 80일 후면 바닥 날 수도 있다는 전망에 따라 물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조지아 수족관은 절수 차원에서 일부 시설을 폐쇄했고, 올림픽 100주년 기념 공원의 분수대는 수주째 말라버린 상태이다.
비난의 화살은 퍼듀 주지사를 비롯한 주정부로 향했다. 주정부가 보다 강력한 절수정책을 펼치지 않은 것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퍼듀 주지사 역시 지금의 물 부족사태가 자연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수자원 보존을 위해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이날 기도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주제도 뉘우침이었다. “우리가 산업화에 너무 바쁘다 보니 영적인 부분을 잊어버렸다”“우리가 경제 때문에, 소유 때문에 너무 바쁘다 보니 우리가 그 모두를 이미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기도로 가뭄을 해소하려는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주민들은 회의적이다. 여러 해에 걸쳐 수자원 관리를 잘못해 놓고 한번의 기도회로 해결을 하려 들다니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기도회가 열린 주의사당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는 20여명이 모여 기도회 반대 시위를 벌였다. 애틀랜타 자유사상 회가 주축이 된 이들 시위대는 주지사가 정교 분리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주지사는 주민 단위 기도회를, 그것도 주의사당 마당에서 개최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침례교인인 퍼듀 주지사는 주 전역에 가뭄이 심해지자 이전에도 여러번 주민들에게 기도를 촉구했었다. 비를 위해 기도한 주지사는 퍼듀가 처음은 아니다. 이번 동남부 가뭄과 관련, 지난 6월말에는 앨라배머의 밥 라일리 주지사가 비를 위한 기도 주간을 선포했다. 조지아에서는 기록적 가뭄의 해였던 지난 1986년 조 프랭크 해리스 당시 주지사가 수백명의 참가자와 함께 비를 기원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그 두 번의 경우 기도회 이후 비가 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지아의 물 부족사태는 기도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번 기도회를 비난하는 의견들이 언론사 블로그를 메웠다. “퍼듀 주지사가 해야 할 것은 ‘계획’이지 ‘기도’가 아니다”“하나님은 아무 때든 뭐든 필요하다면 다 주는 현금인출기가 아니다”“개발을 멈추고 뭔가 유용한 해결책들을 생각해 내야 한다”“나는 새 주지사를 달라고 기도하는 중이다!!!”
근본적 문제는 과도한 개발이라는 점을 누구나 인정한다. 현재 애틀랜타 일대에서는 하루 50에이커의 지면이 포장되고 있다. 아울러 툭하면 강물줄기들을 틀어막고, 삼림의 나무들을 잘라내는 개발을 계속한다면 물 부족 사태 해결의 길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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