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진/전 새크라멘토 한국학교장
전 연세대학교 김동길 교수가 남의 조롱거리가 되고 제값을 못하는 사람을 보고 익살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게 뭡니까?’ 하는 핀잔의 말을 유신 정권때 크게 유행시킨 일이 있었다.
이 말을 떠올리다 보니, 요즘 한인사회 일부 지도층 인사들이 본국의 대선 난장판에 끼어들어,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 북치고 장구치며 우리 주변을 휘젓고 다니는 꼴이야말로 정말 ‘그게 뭡니까?’ 하는 개탄의 소리가 안 나올 수 없다.
얼마 전부터 신문광고, 동문회모임, 모 단체 등에서 본국의 대선 후보자 지지 성명서 내지는 모모 후원 모임이라고 공공연히 외치는 것을 보았다. 미주 한인의 후원이 차후 어떤 보탬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얼마전 K씨가 한국 대선 주자 H당 L씨 후원회 명함을 주면서 동참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나는 그 명함을 받고 웃으며 ‘그게 뭡니까?’ 하며 물었다. 그는 신문에 발표된 내용인 2중국적 허용, 재외동포 참정권 부여, 교민청 신설 등을 설명하면서 그 대업을 성취시켜줄 후보는 L씨밖에 없다고 했고, 나도 일부는 동의한다.
그래서 나는 또 이런 질문을 해 보았다. 만일 당신이 지원하는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다면 한국정부에서는 재외동포를 어떻게 대할 것 같으냐고. 아무말 없이 냉랭한 웃음만 남기고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게 뭡니까?’ 하는 너털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한인이라면 당연히 모국이 잘되고 훌륭한 대통령이 당선되어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가 발전되어 국위가 선양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재외동포에게 2중국적이나 참정권을 주고 좋은 법을 만들어 해외동포를 직, 간접적으로 돕는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냉정하게 뒤를 돌아보자.
우리는 이미 고국을 떠날 때 법적 관계도 끝났고, 참정권도 반납했고,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그런데 이제 와서 투표권을 달라, 국적회복 시켜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고분고분 우리의 요구를 받아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천만에 말씀이다.
우리는 오래 전에 조국을 떠났다. 단지 남았다면 형식적이고 혈연적인 인과관계만 남아 있을 뿐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데, 이제와서 고국을 향해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지원해주고 우리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외친들 그 말이 먹혀 들어 가겠는가.
우리가 아무리 누구를 후원하고 어느 정당이 집권하도록 힘써 준다고 해도 그들에게 이익이 될 때 비로소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지, 그들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요구한들 공염불이 될 것이며, 그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필요없다고 해도 그들은 우리에게 투표권을 줄 것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지금의 요구를 신청해 왔지만 아직까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표 계산만 하고 있는 정치인들인데, 순진한 한인은 아직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그게 뭡니까?’.
대통령 후원하는 인사들!
정말 한인과 한인사회를 위한다면 우리가 살고있는 미국 사회 속에서 한인 권익 신장에 앞장서서 단합된 힘을 외부에 높이는데 힘써 주기 바란다. 그것이 L씨 후원보다 더 값지고 시급하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만일 우리가 미국 속에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지고 정치, 경제적 힘이 강해진다면 한국 정부는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그 요구조건을 들어줄 것이다.
그 때까지 열심히 힘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더 효과적인 투자가 될 것이다.
지금 한국에 목 메고 있는 인사들, 그리고 한국정치에 인맥을 찾는 사람들, 좀 더 신중하게 처신하라. 그렇지 않으면 남들로부터 ‘그게 뭡니까?’ 하는 비아냥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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