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버지니아텍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미주 한인사회를 엄청난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범인 조승희가 범행 전 권총을 겨누며 사회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동영상 모습.
32명 목숨 앗아간 참극
“범인 한인이라니 경악
다사다난했던 2007년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를 엄청난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 LA총영사관 · 유학원 병역비리 사건, 한인 정치인을 대거 탄생시킨 11월 선거 등등 … 한인사회는 쉴새없이 명암이 교차하는 한해를 보냈다. 파노라마 처럼 펼쳐졌던 정해년 한해를 시리즈로 정리해 되돌아본다.
2007년 4월16일은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한인 이민자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악몽’ 의 날이었다. 우울한 외톨이였던 한인 1.5세 조승희(23)가 이날 자신이 다니던 버지니아텍 캠퍼스에서 총기를 난사해 교수 및 학생 3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당한 미 역사상 최악의 학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날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언론들은 ‘범인은 아시안’ ‘중국계’라는 속보를 경쟁적으로 내보내 수많은 한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몇시간 뒤 범인이 한인 이민자 출신 조승희로 확인되자 한인들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과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사건의 범인이 한인으로 밝혀진후 미주 한인사회는 계속되는 초강력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 곳곳에서 한인 등 아시안을 타겟으로 하는 인종혐오 범죄가 잇따라 수많은 한인들은 ‘조승희 사건의 불똥이 내게로 튀지 않을까’하고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보내야 했고 이민가정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는 각종 세미나가 경쟁적으로 열렸다.
주류사회도 조승희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피투성이였던 버지니아텍 캠퍼스 총격 현장을 지나면서 희생된 동료학생과 교수들의 빈 자리를 보며 학생들은 몸을 떨었고 많은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총기규제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정치인들에게 관련입법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극이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조승희가 왜 그런 끔찍한 일을 벌였는지 아무도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버지니아텍의 한 한인 교직원은 “1.5세나 2세들은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인종간 벽을 느끼고 이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일이 많다”며 “조승희의 경우 양쪽 어디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꼈고 결국 보복차원에서 살인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32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충격에 휩싸였던 미국은 이제 안정을 되찾은 가운데 참사의 상처를 보듬고 의미와 교훈을 찾으며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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