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부당함에 관용이란 단어로 타협을 해가지만 맹목적 애국심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양심의 마지노 선이다.
아마도 이는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극단적 우향우로만 치닫던 군사정권 아래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낸 대가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그 시절 국산품 애용 운동의 일환으로 학교에선 미제니 일제라 불린 학용품과 상품들은 금기를 넘어 죄악시되는 사회를 살아왔다. 국산품 애용이 곧 미덕이며 선인 사회였다. 물론 이는 품질로는 경쟁되지 않던 시대에 악착같은 새마을 운동의 신화를 일궈온 우리 아버지 세대에 필연적인 대국가적 서바이벌 전략이었겠지만 한 세대가 흘러 자유무역과 피말리는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 속에서 한국에서도 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이제 한국 기업도 소비자들에게 ‘바이 코리아’(Buy Korea) 혹은 ‘다이내믹 코리아’를 외치며 왜 그들이 이 상품을 사야만 하는지, 왜 우리 상품이 경쟁 외국회사보다 좋은지를 소리 높여 외치며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OECD 가입국 경제력 상위 20위안 국가중 이 애국심 마케팅으로 부자됐다는 기업이나 국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민 역사 한세기라고 하나 한인사회에서 애국심 마케팅과 쌍둥이 같은 ‘같은 한인끼리 마케팅’은 여전히 유효한듯 보인다. 게다가 전례 없는 불경기 때문일까. 세밑 한인타운 곳곳에서 애국심 마케팅은 그 어느 때보다 유난스럽다. 호텔과 대형 식당들은 물론 일부 한인 방송에서도 ‘이왕이면 한인 업소를’이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어차피 연말 파티 때문에 예약해야 할 호텔과 식당이라면 한인 업소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사 기자라는 사회적 직함을 뒤로 물린 채 순전히 평범한 소비자로서 이 캠페인을 들을 때면 핏대가 서고 열부터 받는게 사실이다.
선물 영수증 한장 첨부하면 받은 이가 언제고 맘에 드는 물건으로 교환 할 수 있는 편리한 미국 백화점을 놔두고 왜 반품과 반환으로 입씨름을 해야 하는 한인 업소에서 물건을 사야 한단 말인가. 요즘이야 사정이 많아 나아지긴 했지만 크레딧 카드를 받지 않거나 혹은 일정액수 이상을 넘어야만 카드를 받는다는 나름 황당한 ‘폴러시’때문에 한 두번쯤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는 그 업소에 가서 왜 매상을 올려 줘야만 한단 말인가.
이왕이면 한인업소라는 구태의연한 슬로건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더욱이 신규 이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요즘, ‘스토어 폴러시’라는 미명아래 한국보다 더 전근대적 업소운영 방침이 지속되는한 한인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같은 한인끼리’ 라고 부르짖는 한인 업소에 ‘같은 한인끼리 어쩜 그런 불친절을’ 이라고 되받아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야하는 것이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업주의 태도가 아니겠는가.
바이 한인타운(Buy Koreatown), 그 정직한 해법은 발상의 전환과 치열한 마케팅에 있다.
이주현
특집 2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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