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아주 특별한 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 글쓰기다.
수필에 대해 공부 할 때 영특한 우리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시간이 끝나면 무언가 써야 된다는 사실을.
생활 속에서 얻어진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정한 틀을 따르지 않아도 되고 목적이나 주장이 두드러지지 않아도 되는 자유롭게 쓴 글, 그러나 글쓴이의 생각이 짜임 있고, 정돈 되어야 한다는 말에 함성 (喊聲)이 교실을 덮었다.
글 제(題)를 주지 않으니 더 막막해 하는 우리 아이들. 십 여분간 머리를 쥐어 짜는 모습이 역력 하다.
수업 했던 글 제와 같은 제목을 제시하니 이번에는 탄성(歎聲)을 질렀다.
주어진 제목, 「약손」「얼굴」
제목 써 놓고 연필 돌려가며 생각에 잠긴 이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초등학교 때 자유 교양 대회에 나가서 생각에 잠겼다가 낮잠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떠 올라 웃음이 절로 나온다.
생각 그만하고 제발 써 보라고, 이런 저런 예를 들어 주어도 못 하겠다고 투정과 애교를 함께 부린다. 영어로 쓰고 한글로 번역 하라는 기막힌 제안을 했건만 제한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큰 소리 오간 후, 침묵은 흐르고, 누군가의 삭삭 글씨 쓰는 소리가 나더니 너도 나도 따각 따각 소리 내며 글쓰기에 여념이 없다.
끝까지 쓸 것 같지 않던 우리 반을 대표하는 패션 모델, 가장 열심히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쓴다.
「약손, 약은 낫게 한다. 그래서 매직이다. 그러니까 약은 매직이다.
손은 보살펴 준다. 그래서 엄마 손이다. 그러니까 약손은 엄마 손, 매직 손이다.」 로 시작한 글은 짧지만, 가슴 뭉클한 글이었다.
세탁소에서 10년을 넘게 일한 엄마는 여기 저기 다리미에 데인 자국이 많단다. 여름이면 땀띠가 목이며 겨드랑이에 나서 가려워하시고, 비가 오면 팔이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신단다.
친구네 집에서 일하시는 엄마가 싫단다. 주인들은 모두 놀러 갈 때 엄마가 일하러 가는 것을 보면 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비즈니스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우리를 위해 새벽에 일 나가시는 엄마가 불쌍하단다. 그렇지만 엄마는 주인들이 못하는 것을 한단다.
옷의 모든 주름을 쫙 펴는 일,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일,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일,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는 것, 우리가 싫어해도 한국 학교에 보내 주는 것,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의 옷에 있던 주름이 엄마 손으로 와서 우리 엄마 손에는 주인 보다 주름이 많다고 하면서 그 주름마다 사랑이 박혀 있고, 기쁨이 박혀 있고, 모든 것을 좋게 하고 낫게 하는 것이 있는 매직 손, 그 손을 좋아한단다.
매일 속 상하게 하지만. 이 글은 모든 엄마께 드리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예쁜 마음을 가진 우리 아이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얘들아, 진짜 진짜 사랑해, 다음 학기에 또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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