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민족포럼재단 사무국장)
이제 우리가 50 성상(星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맞는구나. 지난 50년 세월이 자칫 덧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 보면 매 순간 소중하고 의미가 없지 않았다. 상처를 입고, 상처가 아문 뒤에는 언제나 어떤 깨달음이 있었다. 강을 건너본 사람만이 그 물길의 흐름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듯, 태평양을 건너 타향땅에서 반백(半白)의 삶을 맞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조금 더 인생을 깊이 음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50대 우리의 삶은 불안하고 허망하다. 한순간도 느긋하지 못하고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 옛 선비는 돈을 손으로 만지지 않고 쌀값도 묻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돈에 초연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대의 50대는 선비는 고사하고 이리저리 헛 궁리를 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아이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늙어서 먹고 살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아무리 맞춰봐도 어긋나는 대차대조표를 머리속에 썼다 지웠다 할 뿐 달리 해법을 찾을 수 없다.
그런 스트레스 탓일까. 우선 ‘시력(視力;sight)’이 많이 악화되었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신문의 잔글씨를 부담없이 읽던 것이 이젠 돋보기 없인 글을 읽을 수도 없고, 오래 책을 보면 눈물까지 난다. 그러나 이것은 시선을 밖으로만 향하지만 말고 자신의 마음자리의 지형을 살피라는 하늘의 뜻인가 한다.어디 그 뿐인가. 요즘은 ‘청각(聽覺;hearing)’에도 장애가 있는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중에 자주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해 되묻는 경우가 잦다. 이 또한 세련된 언어로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말고 스스로의 내면에도 조금씩 귀를 기울이라는 자연의 가르침인가 보다.무엇보다 올들어 부쩍 ‘몸(觸覺;touch)’이 둔해진 느낌을 갖게 된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점점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자주 헛발을 딛는 일이 발생한다. 이는 아마도 행동을 가벼이하지 않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처신을 바르게 하라는 뜻인가 싶다.이젠 ‘냄새(嗅覺;smell)’을 맡는 기능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젊은 시절처럼 좋은 것, 나쁜 것 가리거나 피하지 말고 모든 걸 다 여유롭고 향기롭게 받아들이라는 자연의 준엄한 명령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나이가 들면서 ‘미각(味覺;taste)’이 떨어지고 소화기능이 약해짐을 느낀다. 이는 아마 적게 취하고 욕심을 줄이라는 하늘의 경고인가 싶다.
특히, 이제는 멋지고 아름다운 이성(異性)을 봐도 짜릿했던 지난 날의 그 ‘느낌(感情;feeling)’이 일지 않는다. 이는 뜨거운 애욕이 끊겨나간 그 자리에 허망함을 채우기 위해 바이아그라와 같은 정력 보강제를 찾기 보다는 이웃에 대한 따스한 사람의 정(情)을 담으라는 자연의 뜻인가 한다.
더욱 슬픈 것은 생각지도 않던 혈압이 오르고, 당뇨 수치가 높아지면서 이곳 저곳 아픈 곳이 늘어가고 있다. 아마 이것은 방자했던 젊은 혈기를 접고 가능한 화를 내지 말며 남의 아픈 마음자리도 살펴가면서 세상 사람들과 화목하게 살아가라는 하늘의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의 육신이 쇠약해지는 것을 느낄 때 우리가 더욱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우리의 육신의 쇠약해짐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 인생은 이제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나이가 아니던가. 후반전을 멋지게 장식하는 것은 나만의 멋진 개인기를 펼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자제할 줄 알며, 가족과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웃으면서 행복으로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58 개띠 친구들아, 지난 10년 ‘불혹(不惑)’의 나이가 버들잎 한 장으로 천하의 봄을 알고, 오동잎 한 장으로도 천하의 가을을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나이라면,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지천명(知天命)’은 홀로 있어도 빛이 나는 황금과도 같은 나이라고 생각한다.’친구들아, 삶의 무게에 축 처진 어깨를 펴자. 그리고 솟아오는 저 붉고 힘찬 새해의 태양처럼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할 줄 아는 50대를 당당하게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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