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과 ‘드림’
연말연시가 가까워지면서 편지왕래가 잦다. 그런데 편지를 읽고 쓰면서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어른께 편지를 쓸 때 서명란에 “아무개 올림”이라고 써야 할지 “아무개 드림”이라고 써야 할지 헷갈리는 것이다.
며칠 전 조카에게서 안부편지가 왔는데 초등학생인 그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 뒤에 “OOO 드림”이라고 썼다. “이 녀석이 이모한테 ‘드림‘이라고 썼네. 어른한테는’올림‘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들은 남편이 한마디 하기를 “요즈음은’드림‘이나’올림‘이나 똑같아. 윗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는 어떤 말을 쓰든지 상관없어.”
소위 386세대인 나는 ‘올림’은 윗사람에게, ‘드림’은 동년배나 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남편에게 두 단어의 다른 용례를 들며 왜 조카가 틀렸는지 설명했더니 남편 자신도 윗사람에게 아무개 드림이라고 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윗사람들께 실수를 계속했단 말이야?
이러한 의문은 이제 실랑이가 되어 타인의 중재나 확답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한국에서 국어선생님을 하셨던 한국학교 동료인 권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선생님은 두 가지 모두 윗사람에게 쓸 수 있지만 ‘아무개 올림’이라고 쓰는 것이 더 정식이라고 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그렇게 가르치나? 내가 배울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내가 전화를 하는 동안 남편은 인터넷을 뒤졌나 보다. 국립국어원은 “표준 화법에서 윗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 ‘OOO 올림’과 ‘OOO 드림‘을 쓰도록 하고 있다. 또 동년배에게 보낼 경우에는’OOO드림‘을 쓰므로’올림‘은 윗사람에게만 쓰지만’드림‘은 동년배에게도 쓰는 말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 조카아이가 맞게 썼네. 그런데 왜 좀 찝찝하지?
미국에서 나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것이 존칭에 맞는 표현법이다. 비단 ‘올림’과 ‘드림’의 예뿐만 아니라 윗사람 이야기를 다른 윗사람에게 전할 때 ‘하셨습니다‘로 해야 할지 ‘하였습니다‘라고 해야 할지와 같은 문제들이다.
한글은 이미 단어가 상대의 지위와 연령에 맞게 사용되도록 정해져 있어서 언제나 사람을 만나면 지위의 높고 낮음, 나이의 많고 적음을 고려하여 거기에 맞는 표현을 찾아 써야 한다. 하지만 여기 미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이런 문화가 낯설어서 한국말을 제법 한다는 아이들도 한국에 가면 존칭어의 미숙함 때문에 본데없이 자란 아이가 되어 버린다.
존칭어를 맞게 사용하는 습관 또한 우리 한국학교 선생님들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엊그제 한국에 계신 친정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얘, 너 연주 알지? 그 애가 이번에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냈는데 글쎄 이연주 드림이라고 쓰지 않았겠니? 내가 명색이 집안 어른인데, 어른한테 이연주 올림이라고 써야 맞지.
자, 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요즈음은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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