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종 목사(전 상항한국인연합감리교회 담임)
=====
김종원 목사님이 2일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손수락 권사로부터 접하고 나는 쇠뭉치로 머리를 한데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최근에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다는 소식을 듣고 몇 달 전에 병문 전화를 드렸으나 부재중이시라 통화를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다니...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 한번 찾아뵙지 못한 것이 몹시 후회스럽다. 큰 죄를 지은 것만 같다.
내가 김종원 목사님을 알게 된 것은 1976년 시애틀 지방에서이다. 내가 배숑이라는 씨애틀 건너 편 섬에 미국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로 파송을 받았을 때, 김종원 목사님은 이미 태평양서북연회 정회원 목사로서 아이다호에 있는 미국인 교회를 담임하고 계셨다. 감독이 한국 감리교 목사로서 막 이민 온 나를 믿고 미국인교회에 파송해 준 그 배후에는 이미 그 연회에 몸을 담고 성공적으로 미국인 교회를 목회하고 있는 김종원 목사님과 같은 분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었다.
이민의 문이 열리면서 시애틀 지역에도 한인 유입이 늘어나게 되자 연회에서는 한인 이민자들을 위한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김종원 목사님이 개척 담임자로 파송을 받아 시애틀에 있는 University of Washington 캠퍼스에서 최초의 한인연합감리교회를 개척하여 교회의 기틀을 다져놓게 되셨다.
그러다가 1988년, 김종원 목사님은 오클랜드연합감리교회로, 몇 달 후 나는 상항한국인연합감리교회로 Cross Conference 파송을 받아 같은 해에 같은 지역으로 목회지를 옮겨오게 되었다.
김종원 목사님은 목회자이시며 학자이시었다. 일찍이 일본에서 신학공부를 하시고 한국에서는 기독교장로회 한국신학대학을 나오시고 미국에 오셔서는 조직신학으로 버클리 GTU에서 신학박사를 받으셨다. 이러한 신학적 배경을 가지고 미국인 교회에서 목회를 하셨으니 조금도 꿀림이 없이 목회도 하시고 또 지방과 연회 차원에서도 많은 공헌을 하실 수 있었다고 본다. 그 분의 본보기로 인해 나 같은 후배가 목회전선에서 덕을 보게 된 것이다. 김종원 목사님은 성격이 꼿꼿하셨다. Yes, No가 분명하신 분이셨다. 맺고 끊음이 분명하셨는데 아마 조직신학을 공부하셨기에 그 분의 삶도 그처럼 분명하고 조직화된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김종원 목사님은 동양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목회하고 사신 분이시다. 간혹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고 특히 미국인 교회를 섬기던 목사들 가운데는 혀를 몹시 굴리며 영어를 하고 미국사람이 다 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얼치기가 있는데, 김목사님은 그런 게 전혀 엿보이지 아니했다. 목사님의 영어 발음에는 일본 발음과 한국 발음이 강하게 섞여 있었으나 그런 것이 조금도 부끄럽거나 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셨다.
오클랜드 연합감리교회에서 은퇴하시고 목사님의 모교인 한국신학대학교에 나가 강의를 하시게 되어 목사님도 보람을 느끼셨겠지만 주위에 있는 나도 아, 이제야 평소에 그처럼 원하시던 교편을 잡게 되셨구나 기뻐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그 짦은 기간에 아마 평소에 쌓으셨던 목사님의 신학과 신앙이 화산이 폭파하여 농암을 뿜어내듯 그 속에서 분출되었으리라 짐작된다. 다시 귀국하시어서는 감리교신학대학교 북가주 분교에서 강의를 계속하며 후배들을 양성하는 일에 몰두하셨으니, 목사님은 이 땅에서 바라고 원하던 일들을 다 하시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하나님께서는 준비 안 된 자를 택하여 훈련시켜 쓰시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또 때가 되면 김종원 목사님처럼 준비된 사람을 적소에 들어 쓰신다는 역리를 깨닫게 된다. 김종원 목사님은 후회 없는 일생을 사셨으니 이제 주님과 더불어 하늘의 평화를 맛보고 계실 줄 믿는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는 주님의 위로와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