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은 공연장에서 눈치 없이 울려대는 휴대폰의 벨소리. 한인일 가능성이 십중팔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 시작 전에 무대 영상을 통해 ‘휴대폰을 꺼주세요’라는 멋진 목소리의 아나운서 멘트와 더불어 행여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미지 화면까지 띄워 놓지만 사고를 치는 사람은 꼭 있다. 세계적인 문화의 도시를 자부하는 뉴욕에 사는 한인이라면 이제는 이 정도의 기본적인 공연장 예절은 지킬 만도 하건만 여전히 고질병으로 남아있는 우리가 고쳐야 할 문제점이다.
뿐만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한인교회에는 예배당으로 들어서는 문 앞에 ‘예배 중에는 휴대폰을 꺼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어로 큼직하게 쓰여 있고 결코 놓치고 지나칠 수 없게 적당한 눈높이에 붙어 있건만 목사님 설교 도중에 울려대는 것은 어김없는 휴대폰 벨소리다.
버스나 지하철을 탔을 때에도 어디선가 요란스럽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대면 모두의 이목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휴대폰에 대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승객들의 절반은 거의 한인이다.
휴대폰 서비스 회사마다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들이려다보니 휴대폰 벨소리가 갈수록 다채로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평범함을 거부하는 고객들이 저마다 선택한 독특한 벨소리들이 여기저기서 울려대면 과히 ‘소음공해’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한인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태현(36·베이사이드 거주)씨는 “20여명
의 직원이 한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여기저기서 빽빽 울려대는 휴대폰 벨소리 때문에 업무에 집중을 할 수 없을 때가 많다”며 “때로는 집에 가 쉬고 있을 때조차 각종 멜로디의 벨소리가 귀에서 울리는 듯 심한 환청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이제는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새해부터 사무실에서는 모든 직원이 휴대폰을 진동모드로 바꾸고 일하자고 건의했는데 어느 정도 호응이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벨소리의 크기라도 줄이면 그나마 덜할 텐데 어떤 한인들은 자신의 휴대폰 벨소리를 자랑이라
도 하듯 큰 소리로 맞춰놓을 뿐만 아니라 최소 몇 번을 울리고 나서야 받는 일도 많다고.
휴대폰은 시끄러운 벨소리만 문제가 아니다. 카메라 촬영과 MP3 기능을 포함해 갈수록 휴대폰의 기능이 다양해지다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공연도중 휴대폰으로 카메라 촬영을 하다 저지당하기도 하고 업무 중 MP3로 몰래 음악을 들으며 딴 짓에 몰두하는 경우도 많다.
휴대폰이 있어 한결 편해진 세상, 모두가 조심하며 서로에 대한 기본예절까지 지켜준다면 더욱 좋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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