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우리 학생들이 싫어하는 것 중에 또 하나는 책 읽기다.
한글을 깨우치면서 읽기 숙제를 주면, 아직 어렵다고 읽지 않는다.
한글을 제법 아는 이 삼학년 학생들에게 읽기 숙제를 주면 읽기 표에 이중 삼중으로 표시를 해 오다가, 운동 등 과외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바쁘다고 숙제는커녕 학교도 빠지기 일쑤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구, 십 학년이 되면 부모님(특히 어머님)의 성화에 못 이겨 SAT II 한국어 공부를 위해 다시 한국 학교에 오게 되면, 다 안다고 수업을 건성으로 듣고, 교과서를 읽으라면 귀찮다고 아우성이다.
숙제로 교과서 본문 읽기를 주면 재미없다고 미리 손사래를 친다.
심지어 SAT II 한국어 연습문제를 풀 때도 읽어 달라고 난리를 떨기도 한다.
이렇게 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독서 왕 선발 대회」가 있다고 광고를 했다.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래도 계속 광고를 하면서 한 권이라도 읽을 것을 부탁하다가 내가 지쳐서 포기를 했다. 다른 반은 열심히 읽는 것 같았는데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바쁘면 책 읽기를 할 시간이 없다고 할까?
핑계라고 단정을 지으며, 딸 아이에게 읽기를 시키니, 「엄마~ 학교 숙제가 얼마나 많은데, 엄마 이러면 한국 학교 학생들이 다 엄마 이상하다고 그래, 학교 오는 것만도 탱큐 해야 돼.」
그럴까? 의아해 하면서 그럼 교사인 내가 해보자고 도전을 했다.
하루 열 시간 이상 생업에 종사 하고, 주말에는 한국 학교에 종일 매달리고, 주중 저녁시간에는 한글 개인 지도로 꽉 찬 스케줄을 틈내, 앉아서 책을 읽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 주일도 지나지 않아 포기 해야지 하다가, 학교에 가서 시간 없어서 죽겠다고 엄살 부리는 학생들을 만나면 「그래도 저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학교에 왔잖아」 하는 위로를 받으면서 포기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신경질만 늘었었는데, 잠을 줄이고 새벽 3시경에 일어나 「나는 할 수 있다.」 하며 읽었다. 그러기를 몇 개월,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우리 학생들도 이제는 아우성 치지 않는다.
6쪽이나 되는 심청전을 두세 줄씩 돌아가며 읽으며, 「So poor!」하며 감정 표현을 하고, 춘향전을 읽고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느낌이 다름은 정확하게 그 내용을 이해 했다는 증거이고, 한석봉의 전기를 읽고는 요즘은 붓 글씨가 아니라 텍스트 메시지 보내기로 바꾸어야 한다는 농담도 하고, 시와 시조를 읽을 때는 제법 운율을 맞춰 가며 읽기도 한다.
조금씩일지라도 매일 꾸준하게 읽은 결과이고, 읽다 보니 습관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다니엘 호오돈의 「큰 바위 얼굴」의 일부분을 읽기 숙제로 주니 하는 말「숙제는 제발 주지 마세요, 부탁 입니다.」부모님과 함께 읽으라고 하니,「요즘 엄마들 책 읽어요?」하며 반문이다.
맞다.
정말 책 읽는 분 그리 많지 않다. 비디오는 볼 지라도.
그래서 감히 부탁 드립니다. 「책 좀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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