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서당
조선 시대 화가 김홍도의 풍속화 중에는 서당의 모습을 그린 재미있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토론의 자료로 쓴 적이 있다.
그림 안에는 배움터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생생하게 잘 표현 되어 있다.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고 우는 한 아이와 그를 보고 키득키득 웃고 있는 다른 아이들, 그리고 비록 벌을 주셨지만 우는 아이의 모습을 측은하게 여기는 훈장님이 그려져 있다. 몇 백 년 전의 조상들의 모습이지만 지금의 교실에서 일어나는 풍경과 어찌나 비슷한지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배시시 웃음이 절로 난다.
나도 어릴 적에 이 그림 속의 아이처럼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맞은 곳이 아파서 운 것도 아니고, 아이들 앞에서 벌 받은 것이 부끄러워서 운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선생님이 손바닥을 때리면서 하신 말씀이 이상스레 감동적이어서 울어 버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수업 종은 이미 쳤는데 선생님이 한참 동안 교실에 들어오시지 않은 적이 있었다. 나와 몇몇 아이들은 수업이 시작하면 제자리로 돌아가서 기다려야 하는 규칙을 지키지 않고 복도에서 수다를 계속 떨고 있었다. 얼마쯤 지나서 저 멀리 복도 끝에서 선생님의 모습이 나타나자 우리들은 황급히 교실 안으로 들어 왔다.
“수업 종이 치면 제자리로 돌아가 앉아서 수업 준비를 하는 게 규칙인데, 오다 보니 누군가 자리를 이탈해 교실 밖에서 서성이고 있더라. 그렇게 한 사람 앞으로 나와!”
선생님의 준엄하신 목소리에 우리들은 두려워서 아무도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 터라 숨기고 있어 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어 체념하고 혼자서 교탁 앞으로 나갔다. 부끄러워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오른 채 매를 맞기 위해 손바닥을 내밀고 있는데, 선생님의 매는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대신 선생님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말씀을 했다.
“너는 참 정직한 아이구나. 그냥 잠자코 있어도 되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용기 있게?네 잘못을 인정했다. 너는 참 정직한 아이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울어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은 내가 규칙을 어겼으니 벌은 주셨지만 어린 여자아이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끔 참 조심스럽게 대해 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벌을 받는 자리에서 장점을 상기시켜 주시는 현명함을 보여 주셨다. 선생님의 따스함은 나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아서 아마 그 뒤로 내 잘못이나 실수는 스스로 인정하고 개선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미국에 있는 어느 학교에서든 회초리를 드는 선생님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제재나 벌을 주어야 하는 부득이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현명하게 우리를 가르쳐 주신 옛 은사님들을 떠올려 본다. 아이가 마음을 다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더욱 분발하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생님의 따스하고 사려 깊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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