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광스님(원각사 부주지)
인간은 기도를 한다. 원하는 것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기도를 한다. 기도하는 대상은 ‘유일신’일 수도 있고 ‘초자연적인 세력’이거나 불교의 ‘불보살’일 수도 있다. 인간이 기도를 하는 이유는 이런 대상들이 인간이 갖지 못한 어떤 무한하고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기도를 한다.
기도는 불교신행에서 대단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종교에서 기도가 죄의 고백, 간구, 감사, 찬송 등이 중심을 이룬다면, 불교의 기도는 불보살의 위신력을 믿고 가피를 구할 뿐만 아니라 그 믿음에 따른 자발적 노력, 즉 ‘발원을 바탕으로 한 수행’을 기본으로 한다. 다시 말해 무엇인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스스로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자신의 바램을 말로만 되뇌는 것이 아니라 염불, 독경, 사경, 절 등을 통해 정신을 집중하는 수행을 한다.
그러면 ‘기도를 하면 이뤄지는가’하는 문제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불교의 기도가 ‘발원을 바탕으로 하는 수행’이라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기도 성취’ 혹은 ‘기도 가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일반적인 기도의 목적이 현세 이익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것은 이뤄지고 어떤 것은 이뤄지지 않는다. 왜일까. 전화를 할 때 전화기가 있어야 하지만 전화기 선에 전기가 없으면 통화를 할 수 없듯이 기도를 할 때 ‘믿음’, ‘연민’, ‘사랑’이라는 에너지가 없으면 그 기도에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도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는 일어나는 일이 ‘응답’ 내지는 ‘가피’로 인식된다.
그러나 기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는 일어나는 일이 ‘우연한 결과’나 당연히 일어나는 ‘평범한 사건’일뿐인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기도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가지고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도의 결과, 즉 공덕이 있다. 그 공덕은 공리주의적인 것과 근본주의적인 것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공리주의적인 공덕’이란 현상적 차원의 요구가 성취되는 것을 말하며 ‘근본주의 공덕’이란 불교의 궁극적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성취되는 것을 말한다.
처음 기도하는 사람은 현세 이익적인 것을 위해 기도를 하게 된다. 기도하는 자가 현상적인 차원의 요구들을 성취하기 위한 바램으로 기도를 하지만, 기도를 통해 기도하는 자에게 나타나는 내적인 현상은 현상적 차원의 의식이 일체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기도로 나아간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진리에 이르기를 바라는 기도로 나아간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의 기도는 발원을 바탕으로 하는 수행이고 기도하는 자가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하는 기도에는 가피가 함께 한다. 그리고 기도하는 자는 가피를 인식하게 되면 현상적 차원에서 궁극적인 차원으로 나아가는 정진의 삶을 살게 된다. 불교의 기도는 이뤄지기를 바라기만 하는 요구가 아니라 기도를 하는 삶이 불보살의 가피라고 인식하는 수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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