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남의 퓨전 라이프
▶ (겨울 여행 마지막 편)
워싱턴에서 시카고까지는 기차로 17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다. 혹시 더 편하게 갈 수 있지 않을 가 하는 생각도 들고 침대 칸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유혹을 물리칠 이유가 없어 매표창구 직원에게 질문을 하니 자그마치 원래의 표 값에 두 배 의 가격 차이가 있다. 돈이 아깝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가장 일반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서 일반석에 그대로 있기로 정했다.
기차는 오후 5시경 출발을 했다. 워싱턴 이 기차 출발지점이었고 장거리를 가는 승객들이 목적지에 따라 같은 칸에 탑승을 하게 되어있어 중간에 오르고 내리는 사람이 없다보니 복잡하지 않은 것이 무척 맘에 들었다.
이번에는 옆자리에 예쁘게 생긴 20대의 동양 여자가 합석을 하게되었다. 옆에 앉아 있던 이쁜이가 “한국 분이세요?”하고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다. 뉴욕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는 유학생이며 방학 동안 LA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도중 시카고에 사는 고모님을 방문하러 간다고 한다. “오 행운의 여신이여 감사합니다.”
창밖에 날리는 눈을 바라보며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자를 뒤로 제치고 발을 쭉 뻗으니 야전용 침대 정도로 17시간을 견딜 만 했다.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점심도 두둑하게 먹어 배도 부르고 앞으로 17시간 동안 즐길 것을 상상을 하면서 침대 칸으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것을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었다면 옆에 앉아있는 이쁜이와 함께 여행을 할 기회는 놓쳤을 것이 아닌가.
시카고 도착은 다음날 아침 8시경이었다. 시카고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지만 매번 추운 계절에만 왔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2°F의 기온은 춥다는 감각을 지나 얼굴처럼 노출된 부분이 날카로운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시카고에는 한인 교민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외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이 LA, 뉴욕, 시애틀, 달라스 그리고 시카고처럼 큰 도시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양 하지만 크게 나누어 볼 때 역시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카고의 악조건 기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게 된 동기는 1893년 개최했던 세계박람회(일명 콜롬비안 exposition)덕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당시 미국은 경제위기로 허덕이면서도 세계박람회를 화려하게 막을 올리고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결과로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했고 오늘의 시카고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 당시 박람회 준비위원들의 목표는 1889년 불란서 파리에서 개최되었던 세계박람회보다 더 성공적이고 에펠 타워를 능가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시카고와 미국의 자존심을 우뚝 세우려는 것이었다. 1889년 불란서 파리에서 개최되었던 세계 박람회에서 깜짝 놀락 작품으로 내 놓은 것이 바로 에펠탑이었다.
당시 시카고 박람회 전시관을 설계한 사람이 Mr. Daniel Burnham 이며 그는 건물만 설계 한 것이 아니라 도시 안의 도시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관 건물 전체가 모두 흰색이었으므로 당시 박람회 장을 일명 White City라고 불렀다.
당시 미국은 유럽으로부터 건축 설계를 포함해서 여러 면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상태였었다. 때문에 Mr. Burnham이 박람회 전시관 건물 설계와 함께 박람회를 총 지휘하에 성공적으로 마침으로 개인적인 자존심은 물론 미국의 자존심을 우뚝 세워 준 것이다. 바로 그 결과를 오늘날 시카고가 말해주는 것이다.
준비일원으로 Mr. Burnham과 함께 시카고 박람회 공원과 주변 환경을 설계한 Mr. Frederic Olmsted(뉴욕 센트랄 공원 설계)은 자신의 작품이 진가를 나타내기까지는 몇십 년 후 혹은 백년이 지난 이후일 수 도 있다고 했다. 시카고 시내를 돌아보면서 그가 남긴 말에 혼자서 고개를 끄떡거렸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단지 이름만을 남긴 것이 아니다.
이번 여행은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돌고 돌아서 21일 걸렸다. 점점 더 빠른 스피드를 요구하는 시대에 느림보 기차 여행의 맛은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참고적으로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짐은 최소한으로 작고 호기심은 최대한으로 크게 가지고 떠나는 것을 권한다.
이번 여행으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100 가지 중 하나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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