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북가주 산악회(회장 이형순) 정기산행 일행은 빅 베이신(Big Basin Redwoods State Park)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30여년을 살았지만 대도시 체질이라 그런지 잘 알려진 공원이라는데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클랜드 고려숯불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 정보와 약도를 쥐고 자동차 3 대에 나누어 타고 새로이 준비한 워키-토키 장비까지 완비해 공원을 향하면서 마음이 설레는 것을 감추기 힘들었다. 또 다른 일행과 9시 30분까지 공원 매표소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도를 우선 점검했다.
예정대로 프리웨이를 벗어나 236 하이웨이로 가는데 이미 마음은 공원 안에 있었다. 공원에 접근하며 동선에 보이는 나무며, 숲이 일행 모두를 ‘짱’하게 꾹 눌렀다. 꼬불꼬불 3천리가 아니라 3마일쯤 되는데 일행 중 한 분은 약간의 멀미 증세를 억지로 참느라 창문을 열고 있었다.
레드우드 공원이라는 만연한 지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큰 아름드리나무가 산 전체를 덮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한가한 매표소에서 6달러를 지불하고 몇 가지 안내를 받은 후 일행을 찾던 중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등산대장으로부터 간단한 주의사항을 전달 받고 스카이라인 시트레일(Skyline Sea Trail)을 출발점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높고 가파른 산길과는 달리 걷기에 알맞은 산행코스였다. 일행 중 빨리 가야 하는 팀을 위해 11시 30분에 점심식사를 나누었다. 이곳저곳에서 ‘점심을 까자’는 속어까지 맛있게 들렸다. 사람이 산다는 게 뭐 특별한 것일까?
이런 깊은 산속에 들어와서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땅을 밟으며 좋은 공기를 벗 삼아 점심을 나누고, 까르르 웃고, 신발 끈을 다시 매는 그런 것이 다 사는 재미가 아닐까? “푸르른 하늘과 깨끗한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다면 그 이상 더 무엇을 바라겠느냐”는 어느 도사의 말이 생각났다.
점심으로 요기를 채우고 다시 산행은 계속 되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 레드우드 나무들의 특이한 공동사항은 나무 밑동이 불에 탄 채로 크게 파여 있는데 사람 하나가 서있기에 충분할 만큼 큰 것도 있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나중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터마이트 등 벌레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원래 큰 나무는 병충해에 약한데 그 시발점이 바로 나무 밑동이기 때문에 벌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곳을 태우는 것이다. 그야말로 벌레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의 심장을 태우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트레일 코스 가운데 자연림을 이루는 약 5마일 삼림대는 찬란한 햇빛 사이에서 벌어진 나무들만의 고독한 파티처럼 색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누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했는가? 이곳의 나무 하나 하나가 바로 거대한 숲처럼 보였다. 일행은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에 이렇게 울창한 자연 살림대가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삶에 지쳤든, 사람에 지쳤든 이곳에 와서 잠시 속세를 잊고 나무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사실에 감사했다.
후반전 산행은 생각처럼 순탄치 못했다. 산행은 남은 1마일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다. 지친 다리를 이끌고 남은 1마일은 천리 길을 가는 듯 무겁기만 했다.
선셋 트레일에 마지막 코스는 그야말로 극기 훈련처럼 일행을 지치게 했다. 총 10마일의 산행은 부족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4월 12일(토)정기 산행은 산타클라라 카운티에 위치한 SanBorn Park 또는 Mt.Diablo로 갈 예정이다.
◈ 자료제공: 미주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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