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계 이민자 사회가 해체되고 있다.
북버지니아 지역, 특히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에서는 지난 10여 년에 걸쳐 라티노 인구가 급팽창하면서 쾌활한 그들의 기질과 문화가 살아있는 자체 커뮤니티가 형성돼왔다. 그러나 카운티가 강력 불체자 단속법을 시행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커뮤니티 자체가 해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이들이 주로 종사해왔던 건축 분야의 경기 퇴조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선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의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 교회들도 교인이 급격히 줄었고, 이들이 모여 살던 동네에는 집집마다 차압 딱지가 내붙었다. 또 라티노 가게가 몰려 있던 샤핑센터는 텅 빈 ‘유령의 거리’가 돼 가고 있다.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살려면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무리해서 주택을 구입했던 사람들이곤욕을 겪고 이 지역에서 쫓겨나고 있다.
이들은 자격 요건이 확실치 못한데도 융자 중개인의 권유만 믿고 편법을 동원해 나쁜 조건의 모기지를 얻어 집을 샀다가 낭패를 당하고 있다.
한창 비쌀 때 샀는데 집값은 떨어지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몰랐던 모기지 페이먼트는 변동금리가 적용돼 지불이 불가능한 상황이 돼 집을 뺏기는 사태가 속출한다.
또 부동산 경기 퇴조에 따른 건축업 후퇴로 아예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급감,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를 떠나는 행렬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체류 신분이 불분명했던 사람들은 최근의 분위기와 관련, 유형 무형의 압력을 받고 다른 지역을 찾아 나서는 판이다.
연방 정부, 지역 경찰 합동의 대규모 기습 단속에 적발돼 신병이 구금된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불법체류자들은 가족, 친지가 단속에 적발돼 체포됐는데도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려 체포 여부 및 구금 장소 확인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전에는 점심시간이면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라티노 식당이 어떤 때는 단 한 명의 손님도 없는 경우가 생기고, 중남미인들이 특히 즐기는 축구 동호인 모임도 유명무실해져 리그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의 불체자 강력 단속 정책은 때마침 몰아닥친 경제 상황과 맞물려 라티노 이민사회를 가히 ‘초토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상황이 심각해지자 카운티 당국은 당국대로, 중남미 각국의 영사 당국은 또 그대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7일 저녁에는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경찰국장이 주미 멕시코 대사관 총영사와 만나 현 상황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웃브리지 K마트 건물에서 열린 이날 회동에는 일반 주민들도 참가해 열기를 띄었다.
양측은 단속 내용을 잘못 이해한 주민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각종 범죄 신고에 소극적인 점 등 문제점 해결에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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