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학연, 지연, 특기 등을 빌미로 끼리끼리 잘해보자며 학업 능력과 실력이 있는 학생을 제도적으로 불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미국의 대학 신입생 선발 과정이다.
요즘 한창 전해지는 낙방과 합격 소식들이 그것을 말한다. 전교 일등으로 학생회장을 지내고, SAT 2340점, GPA 4.0, AP 10개를 성취한 중국계 여학생은 MIT로부터 하얀 봉투 한 장을 받았다. 지난 11년간 바이올린을 하고 SAT 2200점, GPA 3.9, AP 7개를 성취한 한인 남학생은 UCLA로부터 낙방 통지를 받았다. 한편, SAT 1350점, GPA 2.6에 골프팀 선수로 활약한 학생은 UW에서 전 학년 장학금으로 모시겠다는 정중한 편지를 받았다. 또한, SAT 1500점, GPA 3.0을 기록한 풋볼 선수는 UC-버클리의 입학사정 처장으로부터 직접 러브콜을 받았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과정을 보면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라는 예고편을 보여주는 곳이라 해야 옳다. 경쟁이 심한 대학일수록 신입생 정원의 50~60%를 학업성적에 전혀 관계없이 뽑는다. 즉, 기부금 납부자, 졸업자 자녀 (legatee), 교직원 자녀, 운동선수 등 ‘리끼리’에 속한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베풀고 나면, 정작 학업 실력으로만 대학 문을 두드리는 학생에게는 감질나는 국물만 남는다.
한 예로, 아이비 리그 대학들은 신입생 정원 중 17~25%를 운동 특기자로 채운다. 그곳에서는 고교 대표팀 수준의 운동선수들이 소수 민족계 지원자 보다 3배, 일반 학생보다는 5배나 더 합격확률이 높다.
운동 선수가 그토록 융숭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미국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서부개척 당시 끝없이 넓은 땅을 정복하기 위해 튼튼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 우상 시 되었고,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미국이 필요한 인재는 ‘외부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사회를 지배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서도 운동선수 선호 바람이 불었고, 그것이 1920년대는 유대인 학생 밀어내기 편법으로 사용되었고, 오늘날은 마케팅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1984년 보스턴 대학의 쿼터백 더그 훌루티가 마이아미 대학과의 풋볼경기에서 기적 같은 마지막 패스로 승리를 거두자 다음해 지원자가 30%나 증가했다. 이런 ‘훌루티 효과’를 지난 20년간 연구한 유펜의 데빈 폽 교수에 의하면 풋볼이나 농구경기에서 우승하면 지원자가 평균 8% 증가하고, 농구 16강에 들면 평균 5%가 늘어나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덩달아 동창생 기부 율도 치솟는다. 워싱턴주의 곤자가 대학이 최근 농구로 유명세를 타자 지난 일년간 입학문의가 2만에서 5만 건으로 증가하고 기부금이 1.5배 뛴 것이 좋은 예다.
타고날 때부터 주어진 경제적 조건, 유전자, 환경 등 자연적으로 불공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본업인 학문을 소홀히 하고 운동에 빠져 제도적으로 학업우수 학생을 차별하는 대학은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
아니면, 자녀를 아이스 하키 선수로 키우기 위해 뉴욕주 플레이시드에 있는 내셔날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겨울방학 동안 35,000 달러의 수업료를 지불한 부모가 내뱉은 “SAT에서 800점 만점, 학교성적 4.0을 받아도 떨어지는 것에 비하면 운동이 훨씬 더 좋은 투자다”라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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