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6월 버지니아에서 열리는 한미여성 총연의 전국대회에서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처음으로 그룹을 조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주말 모임을 가졌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
자라온 환경들이 비슷해서인지 금방 친해졌고 3시간 내내 열띤 토론을 벌이고 개인의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보석같이 반짝이는 그들의 눈동자 속에는 희망이 보였다.
갈비, 불고기, 삼겹살, 특히 김치를 몇 번을 더 달라고 주문을 하는 등 오랜만에 먹는 한국음식을 너무나들 좋아했다. 비록 생김새는 조금씩 달랐지만 상추에 고기와 마늘을 넣어 된장을 찍어서 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한국인의 피를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식사 후 우린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중, 고등학교 시절에 한국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혼혈아동들이 차별을 전혀 느끼지 않고 자라지만 미국의 한인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이들까지 서로 어울리지 못하게 하는 그것이 무엇일까를 한참 생각했다. 바로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이 지배하고 있는 때문이다.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차별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흑인혼혈의 경우 더 심했다.
서류를 작성할 때 아이들은 갈등한다. 백인, 흑인, 아시안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지 잠시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은 아버지 쪽인 백인이나 흑인에 마크를 하지만 항상 그들의 마음속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는 사람들이 흑인이라고 한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사람들은 그를 혼혈이라고 부르지 않고 흑인이라고 부른다.
참가자 한사람씩 돌아가며 경험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네트워킹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다. 정말 의미 있는 시간임을 느꼈다. 흑인혼혈인 제니퍼는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엄마 생각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잠시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웃음과 희망과 앞날을 이야기했다.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었고 한국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기도 했다. 한국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은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또는 직장인이 된 그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었다.
앞으로 이들은 자라나는 혼혈아동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고 경험을 통해 얻은 소중한 지혜를 나눌 것이다. 또한 전국적인 조직망을 통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파워를 길러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의 굳은 의지가 하나로 뭉쳐 곧 태어날 다문화가정 2세들의 모임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비추는 소중한 등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실비아 패튼
한미여성회 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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