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총격 참사 1주년을 되새기는 추모행사가 16일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 캠퍼스에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찰스 스테거 학장은 추모식에서 “여름의 열기도 겨울의 바람도 우리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했다”면서 “오늘 우리가 여기 모여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거 학장은 꼭 1년전 한인학생 조승희가 난사한 총에 희생된 32명의 학생과 교수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넋을 기렸다.
앞서 1천명이 넘는 학생과 추모객은 이날 0시 무렵부터 촛불을 켜들고 캠퍼스에 모여 1년 전 그날을 기렸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이날을 어떻게 기려야 할지를 놓고 당혹스러운 표정도 보였다.
총격참사 당시 불어 강의를 듣다가 3발의 총격을 당한 하이디 밀러(20)는 “이건 마치 의문부호와도 같다. 오늘 우리가 하루 종일 추모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평소처럼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캠퍼스에서는 소규모 추모집회는 물론 저녁에는 촛불집회도 열렸다. 일부 학생들은 버지니아의 총기관련법에 항의하는 모임도 가졌다.
팀 케인 버지니아주 지사는 이날 주정부 기(旗)를 조기로 게양할 것을 제시했으며 정오를 기해 이뤄지는 타종에 맞춰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케인 지사는 성명에서 “유족을 생각하면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엄청나고 슬픈 희생 앞에서 보여준 용기와 힘은 외경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총격참사에서 숨진 딸을 위해 나무를 심겠다는 브라이언 클로이드는 “나는 딸아이의 결혼식에 함께 입장할 수 없다. 나는 그녀가 낳을 손자를 내 무릎 위에 앉혀놓을 수도 없다”며 “하지만 그런 건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 결국 그것은 더 큰 슬픔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전날 부인 로라 여사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2007년 4월 16일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폭력사태가 빚어진 날로 기록됐다”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날 숨지거나 부상한 희생자들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버지니아텍에서 벌어진 끔찍한 범죄에 우리 영혼은 슬픔으로 가득찼다”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비통해하는 유족과 친지들을 위해 우리는 다른 미국인들과 함께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사진과 함께 1면과 4면에 버지니아텍 참사 1주년 기사를 싣고 “참사 1년이 지났지만 버지니아텍은 여전히 상처 치유를 위해 힘겹게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버지니아텍 학생들은 좀처럼 총기 참사사건을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특히 총기 참사 사건을 거론할 때도 총기 난사나 참사, 학살 등의 단어는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4월16일도 언급하지 않은 채 ‘4.16’(four-sixteen)이라고만 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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