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사람을 만난 다는 것
엘리샤의 어머니께서 오셨다 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식사 약속을 잡았다. 10시에는 가게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8시에 같은 쇼핑 센터에 있는 음식점에서 만나기로 했다. 1시간을 달려 가야 하는 나는 새벽부터 준비를 해야만 했다. 2월의 새벽 6시는 선뜻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때인 데도 콧노래까지 나온다.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부드럽게 웃어주실 엘리샤의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엘리샤는 지금 우리 가게의 메니져로 일하는 홍당무 머리의 미국인 여인이다. 18년 전,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부터 9년을 메니져로 일하다가 뉴져지로 시집간 딸 곁으로 가 7년 동안 살다가 다시 돌아 온 것이 2년이 되어 간다. 단지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가족들을 잘 알게 되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똘똘 뭉쳐 서로 배려하며 사는 모습도 좋았지만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온 가족이 우리를 도와주곤 해서 정이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어린 시절은 무척이나 어려웠었던 모양이다. 어린 남동생과 쌍둥이 자매인 엘리스, 엘리샤는 학교가 끝나면 목화도 따고 쓰레기통을 뒤져 필요한 것들을 찾아야만 했으므로 아이들로부터 White Trash 라는 놀림을 당하며 자랐다고 한다. 비록 어렵게 자랐지만 부모님이 인정 많고 따스한 성품이라 반듯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데 남달리 열심이었다. 이들이 자라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부모님을 한 집에 모시고 살면서 극진히 위하는 참으로 흔치 않은 효녀들이었다.
엘리샤가 딸 곁으로 떠나게 되어 이 가족들이 헤어지게 되었었는데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어머니는 자신의 고향인 중부에서 살고 있었었다. 나흘의 휴가를 받아 엘리샤가 어머니를 모시고 온 것이었다. 음식점엘 들어서니 모두가 부수수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인 즉, 어머니께서 새벽 1시 반부터 일어나셔서는 시간 간격으로 사람들을 깨워대는 바람에 잠도 설쳤지만 음식점에서도 벌써 한 시간 전에 도착하여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팔순이 훨씬 넘어 버린 어머니를 안았는데 작은 새처럼 포르르 내 속에서 떨고 계셨다. 눈을 마주하고 얼굴을 보려는데 두 사람의 얼굴위로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정들었던 사람을 다시 한 번 더 볼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참으로 즐거운 아침을 나누었다. 약소한 대접에도 진심으로 감사하며 돌아가신 어머님과 헤어지며, 점점 감사함을 잃어 가는 나의 무디어져 가는 삶이 몹시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일은 예쁜 꽃 화분 하나에 맛있는 과일을 조금 보내 드려야겠다 고 생각하니 아침하늘이 파란 얼굴로 웃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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