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우수정 /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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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욱이 아이를 ‘잘’ 키운다는 건, 글쎄요… 쉽다거나 어렵다는 표현으로는 적합할 것 같지가 않네요. 그 누구도 이거다 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 일이니까요, 모르는 문제를 가지고 쉽다거나 어렵다고 말할 수 없는 거니까 말입니다. 저 또한 아이를 키우는 문제에 있어선 마치 미지의 길을 가는 것과도 같이 물음표투성입니다. 정해진 룰이나 루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중에 이게 아니다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없는 냉혹한 편도인데다 언제 어디서 어떤 복병을 만날 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야말로 소신 있게 발을 내지르기가 때론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심한 저로서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 다닌 결과 자연스레 생겨난 길을 무턱대고 종종 따라가 보기도 합니다만, 중론이 정론은 아님을 번번히 깨닫곤 합니다. 교육엔 왕도가 없다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저도 동감합니다. 천태만상인 인간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소위 왕도라는 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법’이라든지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는 100가지 방법’같은 류의 책을 그런 면에서 저는 신뢰하지 않습니다. 내용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모든 아이에게 일관되게 적용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요즘같이 새로운 정보와 뉴스를 수시로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에 살다 보니 편한 점이 많습니다. 무엇을 사거나 어디를 가려 할 때 엔터키만 누르면 그것에 대한 정보가 좌르르 넘쳐 나니 말입니다. 하지만 때론 그토록 많은 정보들 때문에 도리어 더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런 것들을 통해 보고 들은 풍월은 하도 많아 그대로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알맹이는 간데없고 형식만 난무하는 현상을 접하게 됩니다. 아이들 교육에도 웬 방법론이 그리도 많은지요.
뱁새가 황새 쫓아가는 격인 것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지라 그런 것들은 신포도로 재껴 놓는다 하더라도, 고만고만한 경우의 수조차 헷갈리게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중심 없이 마냥 쫓아 하다 보면 놀부꼴 나기 십상이더군요.
박씨에 눈이 먼 놀부는 제비의 다리를 싸매주었습니다. 흥부를 흉내 낸 것이죠. 흥부가 제비의 다리를 싸매기까지 과정이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제비의 다리를 싸매야 한다는데 들입다 포커스를 맞춘 나머지 멀쩡한 제비 다리를 절단내기까지 한 미련퉁이 놀부. 방법론에만 너무 밝았던, 말하자면 잔머리 굴리다가 중요한걸 놓쳐버린 바로 그 놀부 말입니다.
그래도 그가 고마운 건, 누구를 위해서 과연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아이를 위해 한다는 일이 정작 아이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내용 없는 속 빈 강정은 아닌지,… 를 점검케 하는 내 인생의 귀한 반면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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