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앞두고 ‘광우병’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학적 판단과 이성적 논리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가 엉뚱하게도 정치적 공방과 감정적 대응으로 번져가면서 온 국민이 광우병 우려로 집단 히스테리에 빠져든 느낌이다.
광우병은 한때 바이러스가 원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받았지만, 역학적 연구 결과로 변형 단백질인 ‘프리온’이 원인으로 규명된 병이다. 이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몸에 들어오면 급히 뇌를 침범하여 뇌조직에 구멍이 생겨가면서 급작스럽게 뇌기능이 망가짐으로써 걷지도 못하고 쓰러져 죽어가는 병이다.
수년 전 한림대 의대 ‘일송 생명과학연구소’ 소장인 김용선 교수팀이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하여 129번째 아미노산 자리에 부계와 모계에서 각각 메티오닌을 받은 ‘메티오닌-메티오닌’(MM)과의 연관성 가능성을 2004년 5월 유전자 관련 해외학술지 ‘유러피언 저널 오브 휴먼 제너틱스’에 기고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40%가 MM형인 미국이나 영국인과 달리 90% 이상이 MM형인 한국인들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은 체질적으로 인간 광우병에 잘 걸린다는 루머가 퍼져,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전염병 연구의 중심지인 미국 질병관리센터의 빌 레이 박사는 공중보건 연례보고에서 유전자 하나로 광우병 발명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여와 야로 양분되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 주기는커녕 더욱 부추기는 실정이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하겠다. 그 여파로 혹시 세계 각국이 한국에서 광우병 혹은 인간 광우병이 대대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오해를 한다면 여러 면에서 불이익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염려가 된다. 더 나아가 모처럼 일기 시작한 한미 양국의 화해무드에 흠이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인한 ‘광우병’ 우려 소동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국산 축산업들의 생계 위협에 대한 대책과 노무현 정권하에서 일기 시작한 반미세력에 대한 빌미제공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아가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혹시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현대건설의 신화와 서울시장으로서의 실적만 믿고, 국정을 우월적 위치에서 권위로 밀어붙이면 해결될 것이라는 제왕적 ‘CEO식’ 리더십에 빠지지 않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국가와 기업의 운영원리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에 있어 업적보다는 순리와 화합에 힘쓰시길 부탁드린다.
정치권과 국민도 상대가 있는 국가 간의 협상 결과를 무조건 뒤집으려고 헛힘을 쓰기보다는 과학적인 광우병 예방대책과 국내적 안전조치를 확보해 가는 것이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광우병 우려 파문’을 잠재우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재동 내과의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