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권력자는 조지 W. 부시, 최고 갑부는 워렌 뷰핏(빌 게이츠는 올해 3위로 밀려났다), 최고 배우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마리앙 코티아르(금년 오스카 수상자)이다. 최고미녀는 일본의 리요 모리(2007 미스 유니버스), 최고 골퍼는 타이거 우즈이다.
거의 모든 분야마다 객관적 기준을 근거로 최고를 선정할 수 있지만 세상에 ‘최고 어머니’라는 건 있을 수 없다. 평가기준이 주관적이어서 누구에게나 자기 어머니가 최고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두 ‘베스트 맘(Best Mom)’이다.
자식교육을 위해 동네에서 세번 이사한 맹자의 어머니가 칭송받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 이역만리 낯선 땅에 이민 온 한인 어머니들엔 족탈불급이다. 한석봉을 명필로 키운 떡장수 어머니보다 더 뼈 빠지게 일한 이민 어머니들이 수두룩하다. 방사선 연구로 노벨상을 받고 딸도 노벨상 수상자로 키운 마리 큐리, 영국 최초의 여수상 마가렛 댓처, ‘케네디 왕국’의 안방마님 로즈 케네디 등도 최고 어머니라기보다는 ‘유명한 어머니’로 치부된다.
거의 한 세기 전 미국 어머니날 제정의 빌미가 됐던 안나 자비스도 대단한 위인은 아니었다. 자비스는 남북전쟁의 와중에서 동네 부인들을 동원, 남자들 대신 여자들이 전후방의 위생환경 개선에 앞장서자며 ‘어머니 근로의 날’을 만들었다. 그녀가 1907년 사망하자 이름이 똑같은 그녀의 딸이 장한 어머니들을 기리자며 ‘어머니날’ 제정 캠페인을 벌였다. 1908년 5월10일, 어머니 자비스가 생전에 주일학교 교사로 일했던 고향 웨스트버지니아의 교회(그 후 국립사적지로 지정됨)에서 첫 어머니날 행사가 열렸고 45개 주가 속속 뒤 따르자 1914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5월 둘째 일요일을 미국의 어머니날로 제정 선포했다.
미국이 어머니날을 최초로 제정한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이미 17세기에 ‘어머니 효도 일요일(Mothering Sunday)’이 있었다. 매년 봄 사순절 네 째 일요일엔 모든 영주들이 종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어머니와 함께 하루를 보내도록 했다. 지금도 영국과 아일랜드는 사순절 네 째 일요일(올해는 3월2일)을 어머니날로 지킨다. 어머니날이 미국과 똑같은 나라는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호주, 브라질, 중국, 일본, 인도, 필리핀 등 63개국이나 된다.
한국에선 5월8일이 ‘어버이날’이다. 원래 어머니날이었지만 아버지들의 불평 때문인지, 아니면 어머니날 외엔 364일 모두 아버지날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선지, 정부가 1973년 어머니날을 어버이날로 개정했다. 알바니아도 신기하게 이날을 어버이 날로 지킨다.
“어머니 기도가 나를 평생 붙들었다. 오늘의 나는 어머니 덕분이다”(링컨), “나의 어머니는 체구가 작았지만 마음은 모든 사람이 깃들일 만큼 넓으셨다”(마크 트웨인), “진화론이 맞는다면 어머니들은 왜 아직도 팔이 두 개뿐인가?”(밀튼 벌), “남자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일하지만 어머니 일은 끝이 없다(작자 미상),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자녀를 더 사랑한다. 자기 자식임을 더 확실하게 알기 때문이다”(아리스토텔레스) 등 어머니 예찬은 끝이 없다.
우리의 고려 때 고시가에도 “호매도 날히언 마라난…”으로 시작하는 사모곡(思母曲)이 있다. “호미도 날이지만 낫처럼 잘 들 리 없다. 아버지도 어버이시지만 어머니만큼 사랑할 리 없다”는 내용이다. 아버지보다 어머니 사랑이 더 절실한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내일이 어머니날이다. 꽃집과 카드가게와 레스토랑이 연중 가장 바쁜 명일 중 하나다. 특히 국내외 전화통화가 가장 많은 날이다. 어버이날에 인사드렸어도 오늘 또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우리 어머니가 베스트 맘”이라고 말씀 드리자. 공치사가 아니라 100% 사실이다.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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