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이웃은 현재 사귀고 있는 가까운 사이를 말한다. 자연히 나의 근황을 알며,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는 도움을 받기도 한다, 오래 된 우정은 긴 세월을 두고 사귄 사람들과의 우정이어서 손때가 묻어있어 애착이 가는 가구와도 같으며, 어린 시절의 동구밖에 서 있던 느티나무 같기도 한 편안함이 있다.
미국에 사는 우리들은 오래 된 우정을 한국에 두고 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한국을 방문하여서야 겨우 다시 그 우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변하고 산천은 알아보기 힘들도록 바뀌었으나, 우정의 흔적은 거의 그대로여서 고향에 서려있는 우리들의 마음도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다. 친구들도 틀림없이 변하였을 것이다. 내가 변하였듯이 그들의 환경은 물론, 모든 생활조건이 달라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어도, 옛사람을 만나면 옛날의 기억이 그대로 살아나서 모두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나누는 것은 예전의 기억들이다. 기억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하는 것이지만, 친구와의 더듬어보는 기억들은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있다. 대화를 하다보면,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리워지고 불쾌하였던 일들이 재미있는 일화가 되어 웃음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고 모두들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 된 우정의 결점은 현재의 나의 상황을 친구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나도 그 친구의 현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화는 언제나 옛날에 머물러있다. 이웃사촌이 나의 과거를 알지 못해서 나를 완전히 알 수가 없는 것과 똑같이, 옛 친구는 현재의 나를 알 수가 없게된다. 미국을 잘 알지 못하는 친구와, 변해버린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나와의 대화는 현실을 건너 뛰는가 하면, 미래를 위하여서도 충분한 이야기가 이루어지지가 않게 된다.
노인들이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여서 젊은이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은, 노인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은 매일 똑같고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면 해야 할 이야기의 소재가 바닥이 나고 말지만,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노인들의 대화는 과거의 일로 제한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답고 정다운 오래 된 나의 우정에도 어떤 새로운 경험과 활력이 필요한 것을 느낀다. 옛 이야기란 언제나 한계가 있으며, 하고 또 하는 기억의 단편들도 언젠가는 싫증이 나지 않겠는가. 그래서인가. 나의 옛 친구들은 지금도 자주 만나고, 함께 등산들을 다니고 있다. 아마도 새로운 대화의 창구를 열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모임은 필요하였을 것이다. 신기한 것은 그들이 60년에서 65년 사이에 만들어 놓은 우정의 울타리 안에는 다른 사람들을 끼어넣지 않고 있다. 그들이 만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은 물론, 배우자들도 집에 두고 온다. 만나는 친구들은 60학번의 같은 학과의 급우들뿐이다. 나는 그들과의 재회가 항상 기쁘고, 잊고 있던 오래 된 나도 다시 찾게 되는 것이 즐겁다.
나의 친구들이여.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이웃이 주지 못하는 내 고향의 느티나무 같은 아름다운 마음을 위하여, 새로운 활력을 위하여, 건재하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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