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서는 엄마의 뱃속에서 열을 받아 태어나면서부터 얼굴이 붉고 눈을 감으며 대변이 굳고 오줌이 노란 것을 태열이라 하였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이 태열이 현대의 아토피성 피부염의 한 가지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은 임신기간에 모체가 자극성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탓으로 태아에게 내열이 생긴 상태에서 외부로부터 풍, 습, 열의 나쁜 기운의 침입을 받아 생기거나, 음식조절이 잘 안 되어서 비장의 수분대사 조절기능이 장애를 받아 속에 습열이 쌓이고 외부의 풍, 습, 열의 사기가 만나서 기혈순환이 장애를 받아 인체 생리기능이 조화되지 못하여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과 밖의 기의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는데, 우리 몸 내부의 오장 중 특히 폐, 비, 신 등이 허약해 면역력이 저하되어 피부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봅니다.
한의학적 원인별로 아토피 피부영을 분류해 보면 습열형, 혈허형 비허습성형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우선 습열형은 양방에서 급성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발병이 급하고 발병 과정이 짧으며 피진부위가 홍조를 띠고 열감이 느껴지며 좁쌀알 크기의 피진이 큰 면적을 이루거나 수포가 밀집하게 분포되며 진물이 나고 가려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목이 마르고, 대변이 굳고, 소변양이 줄어드는 증상들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치료는 청열해독하면서 혈열을 식혀주는 방향으로 합니다. 혈허형은 발병이 비교적 오래되어 만성화된 경향으로 피부손상 부위가 거칠고 두꺼우며 각질화되어 균열이 생기고 표면에는 긁은 흔적과 딱지가 남아 있으며 색깔이 어둡거나 색소침전 등으로 나타납니다. 치료는 부족한 혈을 길러 가려움을 가라앉히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적절한 처방을 사용합니다. 비허습성형은 진행중에 보이는 아급성기로 피부 손상 부위에는 여전히 구진, 구포진 및 작은 수포가 있고 가벼운 정도의 홍조를 띠고 가려운 증상이 있습니다. 대변이 묽고, 목이 마르나 물을 마시고 싶지 않으며, 식욕부진, 피곤무력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데 비장의 기능을 도와서 습을 처리하는 능력을 키우고 혈을 도와 피부가 촉촉해지도록 유도합니다.
과거와 달리 유독 요사이 아토피 피부염 발생이 많아진 것은 산모가 임신 중에 과도한 카페인, 알콜, 인스턴트 식품이나 기름진 음식에 노출될 기회가 많고, 이로 인해 자궁 내에 노폐물이 쌓여 열이 발생하고 이러한 산모의 내열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 태열을 일으키게 됩니다.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수면이 부족한 현대생활 패턴에서는 특히 병리적인 열이 발생하기 쉬어 선천적으로 발병 위험성이 점점 높아집니다.
분유 수유와 너무 이른 이유식이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직 면역체계가 불안정한 신생아에게는 분유도 항원이 될 수 있으며, 체내에서 습열을 발생하게 하여 아토피뿐만 아니라 소화기 질환 등의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유에는 면역 글로불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를 먹이는 것이 아이의 면역 형성에 좋으며, 또한 산모의 건강에도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모유를 수유하는 산모의 식생활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산모가 너무 매운 음식을 먹으면 수유를 통하여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모유를 수유하는 동안에는 담백하고 영양이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화를 자주 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다음 주에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213)487-0150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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