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고 싶은 것은 여자들의 본능이다. 미녀를 보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건 남자들의 인지상정이다. 미녀에도 등급이 있다. 양귀비, 서시, 계부인 같은 여인들은 나라의 운명까지 기울게 하는 ‘경국지색(傾國之色)’이었다고 중국고사는 전한다.
전 세계 80여개국의 경국지색들이 7월14일 베트남 칸 호아에 집결해 세계를 기울일만한 ‘절세미인(絶世美人)’ 타이틀을 놓고 경염한다. 이번 제57회 미스유니버스 결선대회엔 2007년 미스코리아 이지선 양이 참가해 전년 대회에서 사상최고 성적인 4위에 입상한 이하늬 양에 이어 한국여인의 아름다움을 또 다시 만방에 과시한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처음 열린 것은 반세기 전인 1957년이다. 사실은 처음이 아니다. 원래 옛 중앙일보가 소규모로 두 번 주최했다가 신문사 사장의 스캔들로 표류하던 것을 고 장기영 한국일보 사주가 창간 3주년 기념사업으로 인수했었다. 첫 대회 포스터엔 ‘대한여성의 진선미를 세계에 자랑할 미스코리아 선발’이라는 표제와 함께 드레스 아닌 한복차림에 금관을 쓴 미녀가 그려져 있다. 응모마감은 ‘단기 4290년 5월10일.’
모윤숙(시인), 박화성(소설가), 이해랑(연극인) 고희동(화가) 씨 등이 심사위원을 맡은 첫 대회에 무려 57명이 참가했다. 결선이 열린 명동극장은 희한한 수영복 미녀들의 각선미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그날 뽑힌 박현옥(23)양은 두 달 뒤 LA 인근의 롱비치에서 열린 제6회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한국 대표미인으로 참가했다.
그 뒤 미스코리아 대회는 일취월장했다. 특히 지상파로 생방송된 1972년 대회 이후 그 위상이 급상승하면서 연예계 등용문 역할을 했다. 가수로 데뷔한 김성희(77년 진)를 필두로 장윤정, 오현경, 고현정, 염정아, 유하영, 이승연, 성현아, 김사랑 등 역대 미스코리아들이 줄줄이 스타반열에 올랐고, 장은영(KBS), 한성주(SBS), 서현진(MBC), 김지혜(PSB), 김주희(SBS) 등은 인기 아나운서로 입신해 재능을 발휘했거나 하고 있다.
한때 연예계에서 활동한 궁선영(93년 진)은 사회학 교수로 변신했다. 금나나(2002년 진)는 하버드와 MIT에 동시 합격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3월 시애틀을 방문한 이하늬(2006년 진)는 서울대 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국내외에서 간증집회를 갖고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단순히 얼굴만 예쁜 여자를 뽑는 행사가 아님을 이들이 입증한다.
승승장구하던 미스코리아 대회는 1999년 소위 ‘안티 페스티벌’에 발목을 잡혔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을 상품화하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맞서 여성시각으로 남성중심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다며 따로 축제를 벌여 2002년 수영복 심사와 지상파 중계를 중단시키는 ‘전과’를 올렸다. 올해도 제10회 안티 페스티벌이 지난주 문화일보 홀에서 열렸다.
한때 안티 페스티벌에 동조했던 이하늬 양은 미스코리아와 미스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한 뒤 미인대회가 여성의 노리개화는커녕 오히려 여성의 자기 계발과 지위향상 및 권리신장에 크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녀는 더 많은 미인들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여해 국위선양은 물론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잡으라고 독려했다.
본보가 주최하는 2008 미스코리아 서북미 대회가 오는 30일 저녁 워싱턴대학 인근의 역사산업 박물관에서 펼쳐진다. 산수가 수려한 서북미 지역엔 미인들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을 것 같은데, 올해 대회 참가신청자는 9명에 불과하다. 안티 페스티벌 때문이 아니라 미인들의 성격이 소극적이거나 미인대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이하늬 양 말대로 기회이다. 참가 자체가 중요한 경력이자 추억이 될 뿐 아니라 한인사회의 대표적 봄철축제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한다. 앞으로 더 많은 숨은 미인들이 참가해 서북미에서 경국지색이 탄생하는 날을 앞당겼으면 좋겠다.
윤여춘(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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