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캘리포니아에서 매우 특이한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기회가 있었다. 퍼레이드의 시작은 어느 그것과 다름없이 화려한 꽃수레, 그랜드 마샬, 지역 정치인, 오색 풍선, 모토사이클, 크라운 그리고 도로 양편을 빈틈없이 채운 관중으로 화려한 퍼레이드의 시작이었다.
그것은 바로 롱비치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연중 행사인 동성애자들의 프라이드 퍼레이드(Gay Pride Parade Inc.)였다. 이 행사는 이미 25년의 역사를 가진 연중 행사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몫을 단단히 하고있기 때문에 시에서는 물론 각종 기업에서도 후원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여러 교회에서도 후원자로 참석 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동성애자들도 하느님의 집에 환영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나 뉴욕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나 자신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엄청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들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은 TV와 미디어를 통해서 알 고 있는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한 장소에 그렇게 많은 동성애자들이 모여 있는 것을 난생 처음으로 목격 한 것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한 것도 대단한 경험이었다. 어느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 할지 몰라 매우 난처한 장면도 있었다. 물론 용기가 있었다면 취재를 핑계삼아 대화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궁금한 질문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아서 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잔인한 편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동성애”자가 아니고 다른 특이한 단체의 퍼레이드였다면 머리를 싸매고 달라 들어서 대화를 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순간 어쩐지 슬픈 생각이 들었다. 퍼레이드란 어른이나 아이들 상관없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흥분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일으키는 것인데 그 퍼레이드에서는 적어도 나에게 그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는 동안 손을 흔들고 박수를 쳐주는 것으로 관중으로서의 예의는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
퍼레이드 참석자중 남녀, 사실 그들에게는 누가 남자이고 누가 여자인지 구별 할 수 없었지만 다 인종이 참석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중 어느 동양 여자(혹시 남자) 아이가 나를 보는 순간 방끗 웃으며 홍보용 열쇠고리를 손에 쥐어 주는 것이었다. 받아 보니 한글로 “평화”라고 적혀있는 것이었다. 동성애 주의자가 평화를 사랑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평화로운 마음가짐으로 동성애자들을 이해 해 달라는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그 아이의 부모님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그 아이 역시 동양 얼굴을 가진 나에게서 자신의 어머니 얼굴이 떠올라 홍보 물을 주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어쩐지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 이성을 만나 결혼의 결과로 상대의 배우자로 인정받는 것은 자연의 법칙으로 정해진 결과이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자가 법적으로 동성애자의 배우자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은 어떤 특혜를 얻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많은 동성애자들이 법적으로 사실혼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이로 인해 6월 중순 이후로부터는 시행되는 동성애자들의 사실혼 인정으로 인해 수만 명의 동성애자들이 결혼(marriage)이 아닌 법적 계약(contract)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이것은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허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본보기가 되어서 앞으로 다른 주에까지 영향이 끼칠 지는 모른다. 사회적 공공 시설이나 모든 서류에 성별을 구별하는 것은 두 개 뿐이다. 남과 여. 사회변화와 요구로 인해 법이 개정된다면 공문서류를 작성할 때 성별이 남, 여 그리고 또 하나의 성별이 추가되는 것일까?
사람은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남자와 여자를 상대 할 때 어떻게 다르게 대한 다는 것을 배우면서 자랐기 때문에 두 가지 성별을 상대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상대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일단은 놀라면서 어떻게 상대를 대해야 할지 당황한다.
동성애자들이 제 삼의 성으로 존재한다면... 만일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면 아무리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눈을 감을 수만은 없다.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면 어딘가 에서 동성애자가 나를 향해서 너는 그 동안 “특혜”를 받고 살았으면서 하고 노려 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지혜로워진다고 한다. 지혜는 사람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 것인가? 머릿속에 많은 것을 담아 두고 세상일을 많이 알고 판단력을 넓히는 것이 지혜로워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아직도 지혜롭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너무나 멀다.
그러나 그때까지 시야를 넓히고 편견은 줄이고 오픈 마인드(open mind)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도록 노력 한 것이다. 현재는 동성애자들의 사실혼을 인정 해주는 주가 한정되어있지만 혹시라도 그것이 확산되어 연방 법까지 개정된다면, 그럴 날이 가깝게 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 하지만, 그런 날이 온다해도 어쩔 수없이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사회의 일원의 임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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