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개의 반지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여기저기서 야외 결혼 사진 찍는 장면들을 목격한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한다고 “나도 저런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하는 생각도 든다. 하얀 드레스의 신부는 아무런 두려움없이 미지의 세계를 향해 행복의 웃음만 가지고 나아간다.
왜, 초혼의 신부는 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재혼, 삼혼 때에는 색깔 든 드레스를 입다가 남편의 장례식에는 검은 드레스를 입을까? 젊었을 때 친구와 나눴던 대화의 일부다. 그 친구의 대답이 아직도 명답으로 생각되어 여기 소개한다. 초혼 때에는 남편에게 한 폭의 하얀 캔버스를 내밀며 “이제 저는 당신의 아내이니 당신의 색깔로 인생 그림을 그려 달라”는 것이란다. 재혼, 삼혼의 신부는 완성되지 않은 인생 그림으로 인해, 전 남편이 그리던 색깔들이 남아서 흰 웨딩 드레스를 입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의 초상 때에는 “당신이 아무렇게나 그려서 검은 색이 되었어요”라는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란다.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되도록 함께 생을 나누는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서는 평생 서로 네개의 반지 (Ring)를 교환해야 한다고 한다. 그 첫째가 약혼 반지 (Engagement Ring)이다. 결혼을 앞 둔 초기 약속으로, 이 약혼 반지를 교환하는데 말이 약속이지 훗날 “그냥 해본 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온갖 달콤한 말을 담은 연애 편지들을 모아뒀었는데, 한번은 부부 싸움 후에 아내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보여줬더니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라고 한다. 얼마나 가냘픈 약속인가? 사기라고 해야할까?
두번째 반지가 결혼 반지 (Wedding Ring)이다. 남들은 신부가 받은 결혼 반지가 얼마나 큰 다이아몬드인가에 따라 시집을 잘갔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당시 가난했던 이 신랑은 70불을 털어서 두 개의 14K 반지를 샀었다. 우리들에게 “허니 문”은 사전 속의 말일 뿐이었다.
신혼의 단꿈은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는 기(氣)싸움의 시작으로 인해 깨어진다. 기 싸움은 가구를 여기 놓자, 아니다 저기 놓자는 등의 사소한 일로 인해서 일어날 수도 있고, 시부모님이나 처가 식구들 즉 외세의 침범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이 때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부부 간에는 세번째 반지인 고난의 반지(SuffeRing)를 교환한다.
무수히 밀려오는 파도에서 배우듯이, 우리는 지속적으로 밀려오는 이 고난들을 이겨내야 한다. 이 고난들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를 하면, 통계가 증명해주듯이 초혼은 40%, 재혼은 60%, 삼혼은 80% 실패로 끝나지 않는가? 이제 네번째의 반지인 끈기의 반지 (EnduRing)를 품에 앉고 살아야 파뿌리가 된 배우자를 웃으며 마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함께 생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고…
<폴 손> sfkt@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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