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AP통신은 미국을 경악케 할 기사하나를 급히 송출했다. 대박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미 전역 24개 대도시 수돗물에서 약품 성분 발견돼...” “4천여 만 미국인들의 식수에서 항생제, 경련방지제, 신경안정제, 항우울제, 성홀몬제 등 검출”
이는 AP통신이 약 5개월 간 미 전역 도시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였다. 의사처방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각종 약 성분들이 수돗물에서 검출된 사실을 밝힌 것이다. 비록 10억 내지, 1000억 분의 일 내외의 극소량이어서 인체에 끼치는 해는 미지수란 단서를 달았지만 그 충격파는 대단했다.
그런데 실은 유사한 결과가 이미 6년 전 미 지질조사청(USGS) 수질 보고서에서도 밝혀졌었다. 또한 미국인들의 오랜 생활 습관을 볼 때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처방 약의 60%정도 밖에 쓰지 못한다. 무려 40%를 남긴다는 말이다.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부작용 때문에 다른 약으로 바꾼 탓이다. 이렇게 남아도는 약들을 화장실 약통에 오래 방치한다. 그러다 어느 날, 변기를 통해 하수구로 배출하거나, 다른 쓰레기와 함께 매립지에 묻어 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의 약사용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지난 5년 간, 미국 내 처방건수가 무려 12% 늘어난 37억 건에 달한다는 통계다. 처방 없이 사는 약도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먹는 약도 문제다. 약을 먹으면 몸 안에서 다 흡수되리라 생각하지만 많은 양이 그냥 배설된다. 이런 연유로 생활하수 속엔 약의 농도가 나날이 짙어져간다.
그런데 어떻게 이 약들이 식수 속에 스며들었을까? 대부분 미국 도시들의 하수처리장은 박테리아가 분해할 수 있는 유기물질(BOD)과 부유물질(TSS) 제거를 중심으로 설계돼있다. 극소량의 항암제 같은 독성물질이나 합성화학 물질들은 처리되지 않고 그냥 빠져 나온다. 처리 안된 약 성분들은 강으로 흘러 상수원을, 지하수로 스며들어 우물을 오염시킨다. 매립지에 버려진 약들도 빗물에 녹아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그렇다고 병물만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시중에 파는 병물의 40%이상이 수돗물을 재 포장한 것이다. 청정수라고 비싸게 파는 병물이 공공수도원과 같은 지하수를 쓰는 경우도 흔하다. 게다가 병물들은 식품류로 취급돼 수돗물만큼 까다로운 수질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지 않고 있다. 가정용 정수기도 미세 화학물질을 제거하긴 한참 미흡하다.
가장 확실하게 약 성분으로부터 식수를 보호하는 방법은 하수처리장마다 역삼투압 장치를 설치하는 게다. 그러나 천문학적 시설비가 들어 비현실적이다.
헌데 돈 안들이고 확실한 길이 또 있다. 가정마다 남은 약들을 따로 수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국민들의 생활 습관이 바뀌어야한다. 묵은 약들을 변기에 버리거나, 쓰레기와 함께 버리지도 말아야한다. 묵은 약들을 모았다가 시(市)나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유해물질 수거시설 (household hazardous waste facility)에 보내는 것이다. 이곳에서 모아진 약들을 유타주로 보내 일괄 소각하게 된다.
벌써 캘리포니아 시나 수도국들이 중심이 되어 「묵은 약 바로 버리기」 캠페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약 수거가 수월케 되도록 주 의회 입법도 진행되고 있다.
성공적인 환경운동의 관건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깨끗한 지구를 위하여, 맑은 물 보전을 위해 옛 습성을 버리는 것이다. 중요한 줄 알지만 지극히 어려운 건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다.「No Drugs No 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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