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한 낮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뚜둑! 하고 집이 기지개를 켜는 소리도 듣고 창밖으로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모습도 지켜보게 되었다.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던 생활과는 달리 집에 있으니 뒷마당에도 자주 나가게 되었다. 꽃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물길을 살펴 주기도 하며 수시로 내다보게 되었다.
나 말고도 우리 집 뒷마당엘 자주 찾아와 놀고 가는 새들이 있다. 손가락 만한 크기의 허밍버드와 도도해 보이는 불루제이, 그리고 시골에서도 좀 변두리에 사는 사내아이처럼 순진해 보이는 오동통한 갈색의 이름 모르는 새도 있고. 어디 그뿐인가, 어디서 오는지 다람쥐도 수시로 담 장을 오가며 넘나들고 있다.
빠닥 셀로판 종이가 흔들릴 때 나는 소리처럼 파락파락 날개 짓을 하는 앙증맞은 허밍버드는 오랜지 꽃을 위 아래로 오르내리며 부리를 묻곤 하다 간다. 위 아래로 날아다니느라 빨리도 움직여야하고 힘도 들겠다. 날개 짓의 소리가 워낙 독특해서 눈길을 뗄 수가 없다. 다른 꽃은 거들 떠도 안보고 향 좋고 꿀 좋은 오랜지 꽃만 즐긴다.
눈매가 도도해 보이는 불루제이는 주로 담장 위에 일단 먼저 내려앉는다. 짧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사방을 한번 휘-이 둘러본다. 몸통의 불루 색이 마치 중세 귀족의 멋진 실크의상 같이 멋지다. 잔디에 내려앉아 무언가를 쪼곤 다시 담 장으로 올라앉는다. 의심이 많은 건지 겁이 많은 건지 진득한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름 모르는 새는 태평이다. 잔디 귀퉁이에 고인 물위로 내려앉더니 기껏해야 제 한 몸도 다 못 잠길 정도의 물인데도 온 몸을 뒹굴며 한참을 논다. 새의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쇼핑센터 앞의 놀이 분수대에서 보았던 통통한 아기 생각이 난다. 가끔씩 퐁! 하고 솟아오르는 분수의 물구멍 앞에 앉아 물이 나오기를 기다려 가며 놀던 그 아기. 물이 솟아오르기만 하면 몸을 적시면서도 입을 짝 벌리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어릴수록 물장난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태중의 물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람쥐는 스케이트선수처럼 땅위를 사르르 미끄러지듯 다닌다. 한 번 움직이고는 제자리에서 두리번거리고 또 조르르 나아가서는 무언지 코로 냄새를 맡는다. 도대체 도토리도 없는 이 곳에서 무얼 찾는 것일까? 제 키 보다도 더 긴 꼬리는 바람이나 햇살에도 거침없다는 듯 가볍게 보송송 세운 체로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더니 사르르 담을 넘어 가버린다.
이제 보니 나무들이 많이 크고 가지들도 우거졌다. 크지도 않은 뒷마당에 그나마 새와 다람쥐가 찾아주는 것이 그런 이유라면 나도 아마 다를 바가 없지 싶다. 이해의 폭이 커지고 고집도 꺾여야 남을 품어 줄 수가 있으련만 서운함만 늘어나니 대체 어쩐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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