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조이 안 / 전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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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남편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작은 아들 녀석입니다. 요즘 둘이 주고 받는 전화랑 이메일 횟수가 부쩍 잦아졌는데, 오늘은 이 늦은 밤에 왠일일까?
남편이 싱글벙글입니다. 아들의 ‘ Happy Father’s day’ 인사 전화 였던 겁니다. 그한테는 참으로 오래간만에 자식으로부터 받는 아버지의 날 선물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던 모양입니다. 다음날 아침 눈 뜨자 마자부터 또 그 얘기입니다.
한 두 마디에 불과했던 부자의 짧았던 대화가 제게는 10년, 그 긴 세월의 공백이 성큼 좁혀지는 반가운 소리로만 들렸습니다. 또. ‘자식이 무엇인지 …’. 아이와 가까워진 뒤 자주 내뱉고 있는 남편의 혼잣말은 다시 아빠 노릇하는 벅차오름에서 나오는 기쁨의 한숨으로만 들립니다.
‘하나님, 저는 이 아이들을 잘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세요.’
아이들이 태어날때부터 헤어져 살기 전까지, 남편은 거의 매일 밤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잘 한 일인 것 같다고 말해왔는데, 하나님은 남편의 기도를 기쁘게 받아 주셨나 봅니다. 알면 알 수록 두 아들 모두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일은 형제가 매일 대화를 하는 가까운 사이라는 겁니다. 형을 사랑한다는 막내의 말을 듣고 남편 코 끝이 찡했다고 하더니, 그 형제애는 건너 듣는 제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남편은 두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자신이 아이들 또래일 때 얘기를 하나씩 하나씩 들려 줄 생각이랍니다. 18살인 지금이나 60살이 될 미래나, 아빠에겐 영원한 boy들이지만, 남편은 아이들의 친구가 되기로 선택했습니다. 아빠가 없는 사이에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리고 이민2세로 살아가는 아이들이 한국문화와 정서에 목말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 미국, 두 나라에서 한번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 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남자 대 남자로 이해하며 다가서는 날이 더욱 많아지리라는 남편의 기대가 저는 꼭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정말, 자식이란 뭘까요? 저는 거기에 대해 할 말이 없습니다. 아직 자식을 낳아보지도 길러보지도 못했으니까요. 대신 ‘자식된 자’의 도리에 대해 반성해 보게 됩니다. 부모님 얼굴을 뵙지 못한지 2년이 되어 갑니다. 그나마 1년에 서너번, 우리 사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써서 보냈던 편지도 하다 만지 오랩니다. 올해는 부모님 생신날짜도 잊고 지나가는 불효를 했습니다. 남편처럼, 전화 한통화로 하루가, 아니 일주일이 행복할 엄마, 아버지인데….
오늘은 부모님 일어나실 시간에 맞춰서 얼른 전화 한통부터 넣어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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